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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JTBC의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던 요리사 맹기용씨는 몇 차례 출연하지도 못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요리사 경력 4년차인 그는 이 프로그램에 첫 출연해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요리를 선보였다가 악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단순히 그의 자질을 문제 삼는 것에서 벗어나 아버지가 교수인 것 등 집안 배경까지 들먹이며 인신공격을 했다. 맹씨가 이후 출연에서 만든 요리는 ‘조리법 도용 의혹’까지 제기돼 악플은 더 심해졌다. 급기야 맹씨의 어머니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아들은 부도덕한 아이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리법을 도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맹씨는 제대로 된 하차 인사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고 나서야 ‘악플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현태 경제부 기자
맹씨가 악플에 속절없이 당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씁쓸한 ‘악플의 추억’이 떠올랐다. 행정기관 제출서류 중 일부가 생년월일만 쓰도록 양식이 바뀌었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주민등록번호까지 써야 하는 예전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2년 전인 2013년 6월에 썼다.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서비스되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악플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라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몇몇이 눈에 띄었다. 경찰이 악플을 달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공무원인 경찰이 악플을 썼다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플러’의 정체를 알기 위해 욕설이 섞여 있는 등 정도가 심한 열댓 개의 악플을 추려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로부터 40여일이 지나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악플러들이 전화를 통해 사과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악플러 중에는 예상대로 현직 경찰이 1명 끼어 있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경찰을 비판하는 기사 내용을 보고 화가 나서 악플을 달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은 현직 경찰도 악플러로 만드는구나 싶어 섬뜩했다.

다른 악플러들의 직업은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생, 경찰 가족 등 다양했다. 이메일 주소를 알려줬더니 반성문이 답지했다. 이들은 자신의 악플이 ‘순간적 실수’ 혹은 ‘충동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정말 평생 은혜로 알겠습니다’, ‘환골탈태하는 심정으로 이번 일을 거울 삼아 깊이 반성하고 근신하겠습니다’라는 등 뼈저린 반성문을 보내왔다.

애초에 이들을 사법처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전부 고소를 취하했지만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너무도 당당하게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자 납작 엎드려 사과했다. 한 사람이 몇 달 사이에 너무 상반된 모습을 보이니 소름이 끼쳤다. 그들의 사과에 진정성보다 비겁함이 느껴졌다.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이 최근 SNS에 악플러들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히자 악플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고 한다. 악플러 특유의 비겁함이 다시 한번 ‘발휘’된 것이다. 익명성에 기대 실컷 상처를 주고 형사처벌이 코앞에 닥쳐서야 반성하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오현태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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