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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인류와 세균 ‘끝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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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9 21:49:19 수정 : 2015-07-29 21: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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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에 맞서 바이러스도 진화
청결·건강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
오래 전 중세시대 유럽에 흑사병이 돌아 엄청난 수의 사람이 생명을 잃었고,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가끔 역병이 돌아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최근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온 국민이 고생했다. 우리 인간은 오래전부터 세균과 바이러스 등의 병원균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무생물과 생물체의 중간 단계로, 사람과 같은 숙주가 있어야 증식하는 등 세균(박테리아)과 구별된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세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몸은 외부 세균의 침입에 대해 다양한 방어 수단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피부이다. 그러나 일단 상처가 생기면 세균이 용이하게 침입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상처 난 부위를 중심으로 세균이 증식하게 된다. 우리 몸이 방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생명까지 잃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술(에탄올)로 상처부위를 소독하던가, 약초를 발라 상처부위를 치료하고 심하면 상처부위를 절단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1928년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이 우연히 페니실린이라는 물질을 발견했다. 페니실리움이라는 곰팡이가 세균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물질이다. 이것은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저해함으로써 세균이 증식할 수 없게 하는 것인데, 인간이 이를 활용함으로써 세균을 물리쳐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페니실린 항생제의 발견과 대량 생산 기술의 개발로 당시 전쟁에서 생긴 수많은 부상병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그 이후 다양한 항생제가 발견돼 세균으로부터의 감염에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은 과학기술이 인류에 기여한 공적의 하나이다.

유영제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
그런데 항생제로 세균 감염에 의한 질병을 치료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항생제가 듣지 않게 됐다. 내성이 생긴 것이다. 왜 그런가하고 연구해 보니 세균이 항생제를 잘라서 항생제를 무력화시켰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세균이 항생제 분자 하나를 두 개로 잘라내는 효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자연적으로 그러한 능력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 방법은 백신을 개발해 투여함으로써 세균과의 전쟁에 대비해 평상시 연습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새로운 항생제를 찾거나 개발하는 것인데, 그중 하나가 세균이 분해시킬 수 없도록 기존 항생제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구조가 개선된 항생제를 만들고 의사들은 환자의 감염 치료에 사용했다. 그래서 한동안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니 새로운 구조의 항생제에도 내성을 갖는 세균이 나타나게 됐다.

세균과 인간의 싸움은 반복되고 있다. 드디어 최근에는 어떠한 항생제에도 견디는 슈퍼세균(슈퍼박테리아)이 생겼다. 어떠한 항생제도 분해시키는 세균이 생긴 것이다. 항생제 남용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세균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면 슈퍼세균의 침입에 대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에서 우리 몸에 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우리 몸과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고, 또한 침범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도록 평소 운동과 영양 섭취에 신경 써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몸의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의 항생제를 연구·개발하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세균은 인간의 연구·결과로 만들어 낸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또 바이러스는 스스로 변종을 만들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우리 인간도 세균에서, 그리고 바이러스에서 우리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유영제 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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