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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정말 힘든 작품이죠”

입력 : 2015-07-31 06:26:50 수정 : 2015-07-31 06: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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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유다役 한지상·최재림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슈퍼스타)는 보는 사람의 피를 데운다. 심장 박동을 채찍질한다. 록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 넘버들, 예수와 유다의 고뇌, 군중의 외침이 합쳐지면 무대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된다. ‘슈퍼스타’가 공연기간의 절반을 넘긴 28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유다 역할의 두 배우, 한지상(33)과 최재림(30)을 만났다. 어렵기로 소문난 작품이다. 지친 기색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최재림은 “두 달 넘는 연습기간 동안 미리 에너지 안배를 몸으로 체득했기에 괜찮다”며 담담해했다. 하지만 이내 ‘힘든 작품’이라는 토로가 이어졌다.
25일 일본에서 콘서트를 마치고 귀국한 한지상(왼쪽)은 “한국 뮤지컬 배우로서 내 얘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 싶을 만큼의 최소한 자격을 갖춘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휴학생인 최재림은 “하반기에 잡힌 공연 일정 탓에 휴학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서상배 선임기자

“정말 힘든 작품이에요. 잔인하게 배우를 몰아붙이고 소진시키죠.”(한)

“오프닝 곡이 그렇게 힘들더라고요. 첫 장을 여는 곡이기에 책임질 부분이 많아요. 그 곡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인물이 정해져버리니.”(최)

‘슈퍼스타’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가 20대에 만든 걸작 록 뮤지컬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그렸다. 한지상은 2013년 공연한 이 작품에서 같은 역할을 먼저 맡았다. 그의 소름 돋는 열창은 바로 화제가 됐다. 당시 이 공연을 본 최재림은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다. 한지상은 “유다는 지저스(예수)에게 할 말이 엄청 많은 사람”이라며 “2년 전에는 이걸 직접적으로 토해냈는데 지금은 정말 중요한 말이기에 아껴놨다가 적재적소에 말하는 식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2013년에 ‘지상이 형은 유다다’ 이러면서 공연을 봤어요. 올해 형의 유다에는 고독함이 있어요. 고독하기에 그 안에 잠겨 있는 슬픔이 더 짙어요. 2막에서 이게 조금씩 배어나오는데 그 지점이 참 가슴 아파요. 이 친구는 저 고민을 혼자 하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누구에게 저 고민을 다 털어놓을까 싶더라고요.”(최)

“재림이의 유다는 혁명가 기질이 강해요. 인본주의가 있어요. 지저스에게 인간의 길에 대해 말하죠. 말 그대로 ‘혁명’이란 단어를 상기시키는 재림이 특유의 섹시함이 나오는 유다 같아요. 음악적으로는 워낙 잘해서 제가 논할 필요가 없어요.”(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배우 한지상(왼쪽)과 최재림이 유다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클립서비스 제공

가창력 얘기가 나오자 최재림은 “넘버 소화 등 테크닉도 굉장히 중요한데,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배우에게는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그 인물의 마음으로 무대 위에 존재하느냐가 제일 큰 과제”라며 “테크닉은 시간을 많이 들이고 연습하면 누구나 다 된다”고 단언했다. 연습하면 된다지만, 이 작품에는 오선지를 벗어나는 고음이 유독 많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음은 전율을 안겨준다. 동시에 의문이 든다. 혹시 ‘고음을 위한 고음’은 아닐까.

“뮤지컬에서는 노래라고 하지 않고 ‘넘버’라고 불러요.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게 극의 연속이기 때문이에요. 대사가 발전해 노래로 이어지는 거죠. 사랑한다고 백번 말해도 상대가 못 알아들으니 다른 방법으로 말하는 거예요. 듣기 좋고 멋있으라고 고음을 올리는 게 아니에요. 그 지점에서 감정이 그만큼 커져 있는 거죠. 오페라 ‘라보엠’이나 ‘투란도트’의 아리아도 가사를 분석하다보면 벅차오르는 정서를 전달하기 위해 그 정도 고음을 쓴 게 보여요.”(최)

“이 작품에 고음이 많은 건 지저스와 유다가 그 정도로 극한의 상황이라는 거죠. 또, 고음은 큰 에너지잖아요. 음이란 에너지를 놓고 봤을 때 더 높이 있는 음이 더 큰 에너지로 들리죠. 이런 에너지를 원하는 우리의 민족성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화끈한 거죠.”(한)

이 작품의 에너지는 배우에게 미적지근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숨 쉴 틈도 주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듯 무대에서 온 힘을 쏟는다. 이 힘든 작품에서 최재림은 유다에 이어 지저스 역까지 맡게 됐다. 9월 5, 6, 12일 지저스로 무대에 선다. 최재림은 이미 오디션에서 유다와 지저스의 대표 넘버를 완벽히 소화해보였다. 왜 두 역할을 다 불렀느냐고 묻자 그는 “두 개 다 준비해오라고 해서”라고 간단히 답했다.

“다행히 그나마 귀가 좋아서 노래를 금방금방 배운다”는 최재림이지만, 그에게도 두 역할을 모두 소화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는 “한 공연에서 배역 하나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며 “공연 끝날 때까지 그 배역을 계속 구축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다를 준비한 것처럼 이제 또 처음부터 해야죠. 지저스의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를 밟아보고 다른 배우들과 부딪치며 어떤 마음일까 생각하고 그간 제가 유다를 하며 본 지저스의 모습을 투영하고.”

옆에서 듣던 한지상이 다시 목소리에 힘을 준다. “지저스와 유다를 모두 소화하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꼭 강조해서 써줘야 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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