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테푸르시크리 사원 안에 백색 대리석(좌측)으로 지어진 작은 예배당은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곳이다. |
계획도시인 만큼 아주 세세한 도로망에 기하학적인 모형으로 설계됐으나 급수원이 부족해지고 역병이 퍼지면서 결국 30여년 후에 쓸모없는 도시로 버려지고 만다. 이후 현재까지 사람이 살지 않는 완전히 비어 있는 도시로 바뀌었으나 보존상태가 매우 깨끗하고 좋은 유적지가 몇 군데 분포해 인도 내 유령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성채들에 비해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대부분 약간 높은 언덕에 배치돼 있다. 아그라성의 축소판 같은 느낌인데, 가이드 역시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기에 자유롭게 성 안을 돌아다니면서 바빴던 일정을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다.
붉은 사암이 가득한 성의 중간에서 가이드에게 한국에 와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어를 한창 배울 때 한국에 일 년 정도 머물렀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경복궁에 꼭 가보라고 해서 가봤더니 경복궁엔 아무것도 볼 게 없었다는 말도 했다. 여백의 미와 잔잔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우리네 궁궐에 비해 인도의 성은 아주 자극적이다. 첫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조각과 큰 규모에 압도당하는 것을 즐겼던 인도 사람들이 경복궁이 주는 느린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채를 보고 나서 버스를 타고 아주 잠깐 이동하고 나니 큰 이슬람 사원이 나타났다. 정방형의 공간을 빙 둘러 벽을 세우고 가운데에 백색 대리석으로 지은 예배당이 눈에 띄었다. 대리석으로 지은 살림치슈티(Salim Chishti) 묘는 지금도 입장이 가능한데 다만 맨머리는 안 된다. 모자를 쓰든지 혹은 천 같은 것을 감싸고 들어가야 하며 물론 맨발로 입장해야 한다. 아무것도 가지고 간 게 없어서 손수건을 꺼내 정수리에 대충 얹고 들어갔다. 사실 입구 앞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반납용 모자를 나누어 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배당 앞에서 모자를 나누어 주는 인도 아저씨 모습. |
파테푸르시크리=안재희 리포터 chss07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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