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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서동요' 천년의 사랑… 단아한 옛 멋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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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30 18:29:26 수정 : 2015-07-30 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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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혼 서린 공주·부여
궁남지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연못이다. 연꽃이 만발하는 매년 7월에는 부여 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취재를 위해 왔지만 공주를 방문한 터에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가 마곡사다. 태화산에 자리 잡은 마곡사는 백제 의자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명종 2년에 보조국사가 중창한 절이다.
 
마곡사 해탈문

 
마곡사 5층 석탑
‘춘마곡 추갑사’로 불릴 만큼 경치가 빼어나서 매년 ‘마곡사신록축제’가 열린다. 빛바랜 단청과 이국적 탑 등 보물이 많은 절로 공주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일제강점기 백범 김구 선생이 은거수도한 백범당과 그가 구국의 일념으로 사색했다는 솔바람길이 있다. 

마곡사 백범당
그가 사색하던 길을 따라 조성된 ‘명상길’ 코스는 3㎞, 5㎞, 11㎞ 구간의 3코스가 있다. 안내인에 따르면 김구 선생은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자주 인용되는 “눈 덮인 들판을 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마침내 후인의 길이 되리니”라는 조선시대 고승인 서산대사의 시를 자주 암송했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도 있는 곳이다. 취재에 마곡사 인근 계곡이 유명하다고 해서 일행과 계곡 앞 평상에서 수박과 막걸리를 들며 잠시 불볕더위를 식일 수 있었다. 평일인데도 가족단위와 계 모임에서 피서 나온 이들이 많다. 여름철 대표적인 피서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부여 능산리 고분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사비인 부여다. 부여는 성왕이 538년 사비(부여)로 천도한 이후 멸망하기까지의 백제의 수도였다. 첫 방문지는 능산리 고분군. 고분들이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띠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포근하게 다가온다. 신라의 거대한 왕릉과 달리 백제의 왕릉은 소박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곳의 여린 듯 부드러운 고분을 두고 ‘백제의 곡선’이라고 부른다. 능산리 고분군 인근에는 부여 나성이 남아 있다. 수도 사비의 외곽을 방어하기 위해 나성을 쌓았다고 한다. 

능산리에 주목할 것은 백제 최고의 유물인 백제금동대향로. 국보 287호 금동대향로는 능산리 고분군과 부여 나성 사이 진흙구덩이에서 발굴됐다. 키 64cm밖에 되지 않지만 백제의 예술과 사상, 문화의 정수라 할 만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는 용과 첩첩이 펼쳐진 산, 기러기 사이에서 연주하고 있는 다섯 악사, 그리고 상상의 동물인 봉황까지 이 안에 유교와 도교, 불교사상이 녹아 있는 걸작이다. 백제역사지구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다.

능산리 고분군을 뒤로하고 찾은 곳이 부소산성. 부소산성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삼천궁녀가 떨어졌다는 낙화암이다. 오전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아 직접 오르지는 못하고 구드레나룻터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1시간가량 백마강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황포돛배에서 낙화암이라 적힌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오자 영문도 모른 채 강물에 몸을 던졌을 어린 궁녀들의 슬픔이 느껴지는 듯하다. 백마강을 투어하는 동안 옛가요 ‘꿈꾸는 백마강’이 반복적으로 배 안에 울려퍼진다. 중장년층 승객들은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를 따라 부르며 회한에 젖는 듯했다. 이날 가보지는 못했지만 낙화암 정상에 가면 백화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죽은 궁녀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자다. 

정림사지
정림사지 5층 석탑
부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정림사지다. 백제가 멸망하면서 정림사는 사라지고 정림사지 5층석탑만이 남아 있다. 정림사지 5층석탑은 목탑을 닮은 기둥에 배흘림기법을 사용한 백제의 대표적인 석탑이다. 석탑 앞에는 수미산에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바다를 상징하는 연지가 있다. 석탑 뒤 법당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비로자나불이 친근한 모습으로 부여를 지키고 있다.

부여 일정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국가지정 사적 135호인 궁남지다. 법왕의 시녀였던 여인과 용신(龍神)의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무왕이 궁궐의 남쪽에 만든 큰 연못으로, 서동요 전설이 깃든 곳이다. 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신선사상을 표현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정원이다. 삼국사기(무왕 35년, 634년)에 “3월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리 긴 수로로 끌어들였으며 물가 주변 사방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본떴다”고 기록돼 있다. 궁남지는 신라정원 안압지 조성에 영향을 줬고, 특히 백제의 궁남지 조경기술이 일본에 건너가 일본 조경의 시초가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경주의 안압지가 통일신라 궁궐건축의 당당함을 보여준다면 궁남지의 차분한 아름다움은 백제의 단아한 옛 멋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공주·부여=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4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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