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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묻은 건축폐기물, 서울 도로 함몰 '공범'

입력 : 2015-07-30 19:35:51 수정 : 2015-07-30 19: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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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공사·모래·자갈 안 채우고…쓰고 남은 자재 매립 속속 발견…고도성장기 부실공사 등 폐해…수십년 지나 업체 대부분 폐업…市, 처벌방법 없어 뒷수습 신세 도로포장 및 정비 공사 과정에서 모래나 자갈 대신 건축폐기물을 매립한 것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도로함몰이 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난개발이 이뤄지던 시절의 부실공사로 인한 폐해가 수십 년이 지나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을 처벌할 방법이 딱히 없어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일 용산구 한강대로 8차로 중 LG유플러스 본사 인근 한강대교 방면 2차로에서 발생한 지름 1m 크기의 도로함몰은 지하에 묻혀 있던 건축폐기물이 원인이었다. 질 좋은 모래와 자갈 등으로 다져져야 할 땅이 목재, 콘크리트 덩어리 등 공사에 쓰고 남은 쓰레기들로 채워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무분별하게 쌓이면서 생긴 공간에 흙이 흘러들어가고, 목재가 썩으면서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의 종각역 사거리 인근에서 발생한 도로함몰을 굴착한 현장의 모습. 콘크리트 덩어리들 사이로 과거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재가 보인다.
서울시 제공

최근 노후하수관, 굴착공사 외에 이와 같은 원인으로 인해 동공 및 도로함몰이 발생한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종각역 사거리 인근에서 발생한 도로함몰 구간을 굴착한 결과 공사에 쓰고 남은 목재, 콘크리트 덩어리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지난 2월 교대역 사거리에서 발생한 도로함몰 또한 이 같은 부실한 공사 마무리가 원인이었다.

하수관·상수관 보수 및 지하철 역사 건립 등 도로 주변에 굴착공사를 한 뒤 되메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건축폐기물이나 불량 자재를 넣어 마무리한 곳도 있었다. 지난해 말 일본의 동공탐사업체 지오서치가 진행한 조사에서도 각종 공사의 되메우기 미흡, 굴착복구 미흡으로 인한 동공이 다수 발견된 바 있다.

건축폐기물 매립으로 인한 도로함몰은 노후하수관으로 인해 발생한 것보다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도로함몰과 발생 과정 및 깊이는 비슷하지만 폐기물의 매립량에 따라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불량 자재 매립이 원인이 돼 발생한 도로함몰은 굴착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대규모 도로함몰만큼 커지지는 않겠지만 노후하수관으로 인한 것보다는 큰 중소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공사를 진행한 업체들을 처벌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공사가 마무리된 지가 오래 지나다 보니 현 시점에 해당 건설업체가 문을 닫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공사에 대한 자료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당시 상황을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는 올해 초 터파기 공사장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 데 이어 향후 공사장의 되메우기, 다짐 불량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다짐 불량을 예방하기 위해 휴대용 측정기를 올해 도입해 시범운영한 뒤 내년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 도로함몰 전담 요원을 확충하고 인재개발원에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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