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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解] 매미가 밤에 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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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30 23:17:59 수정 : 2015-07-31 06: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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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미 소리가 여름 낮 운치가 아니라 여름 밤 소음으로 변하고 있다. 2010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도로변 자동차 소음보다 시끄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매미가 밤에 우는 데에는 기후변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밤에 인공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야간에 매미가 우는 곳의 조도는 울지 않는 곳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야간의 매미 울음소리가 단순 소음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미를 밤에 울게 만드는 인공조명이 인간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빛공해이다. 인간이 야간에 과도한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생체리듬이 깨진다. 밤에는 어둡게 지내야 ‘밤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이 잘 분비돼 잠이 잘 오고 숙면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야간에 과도한 인공조명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잠들기 힘들고 자더라도 숙면하지 못해 개운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체내에 근본적으로 멜라토닌 양이 적어지고, 이는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야간에 일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유방암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술 더 떠 야간 조명에 노출되면 살찔 가능성도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야간 조도가 높은 지역에는 비만인구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대사성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빛으로 인해 생체리듬이 깨진 쥐들은 혈당수준이 높고 고지혈증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
빛공해는 심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빛이 심장운동을 촉진시켜 맥박과 혈압을 높이고, 생체리듬을 교란해 이상 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 빛공해가 시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눈이 과도한 빛에 노출되면 각막과 망막에 손상을 입어 각결막염 및 급성망막 질환이 생길 수 있고, 장기적으로 노출 시 황반변성이 생길 수 있다. 황반변성은 과거에는 노인성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중장년층에서도 빈발하고 있는데 이는 빛공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빛공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하루 중 빛에 노출되는 시간은 10시간 이내로 하고, 특히 밤 11시 이후에는 인공조명 노출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침실에는 주광색보다 노란색을 띠는 전구색 계열 전구가 좋다. 주광색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푸른색 파장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잘 때는 실내를 무조건 어둡게 해야 한다. 어딘가에 불빛이 있으면 눈을 감더라도 시신경이 그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이다. 살고 있는 지역의 가로등이나 보안등 불빛이 침실로 새 들어온다면 관할 지자체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 매미에게 구애하기 위해서다. 소리가 클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매미가 인간 때문에 세레나데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현대인의 그릇된 생활습관에 대한 경고일지 모른다. 매미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생활환경을 돌아볼 때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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