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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대사령관에게 애끓는 편지… 조치는 없고 두루뭉술 답장만

입력 : 2015-07-31 06:00:00 수정 : 2015-07-31 09: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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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추행'… 어느 여군의 절규] (중) “누구도 내말 믿지 않았다”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A중사는 2008년 임관했다. 군인의 길은 늘 꿈꾸던 삶이었다. 순탄했던 군 생활은 2012년 갑작스런 전출명령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부대 내에서 터진 성 관련 사건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선임인 여군 B중사와 부대 내 유부남 간부가 성관계를 가진 것이 발각된 것이다. 당시 부대 내에서 여군은 사건에 연루된 선임(B중사)과 A중사뿐이었다. 군은 여군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건과 관련이 없는 A중사를 다른 부대로 전출시켰다. 악몽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부대를 옮긴 뒤 이상한 소문이 나돈 것이다.

“A중사, 쟤가 부대 남군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문제를 일으킨 애야”, “남군들에게 꼬리치고 다녀” 등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A중사를 B중사로 오해해 생긴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그래도 A중사는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며 무시하고 넘겼다. 하지만 한번 찍힌 낙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2013년 10월 지금의 부대에 새로 둥지를 틀었지만 ‘문제아’란 꼬리표는 계속 따라붙었다.

지난해 11월 A중사가 부대 사령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성추행 사건 조사를 요청하며 쓴 A4 용지 12장 분량의 편지 중 일부 발췌한 내용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부대 회식자리에서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신고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자 부대 사령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A중사는 A4용지 12장 분량의 편지에서 “사실을 이야기하고 진실을 위해 몸부림치는데도 일개 여군 중사의 푸념이라 생각되었는지 사실 확인보다는 사건의 확대 방지와 높은 지위를 지닌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모습을 보게 된다”고 적었다.

편지를 읽은 사령관은 “사령관은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있을 것”이라며 답장을 보내왔지만 어떤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희망을 접은 A중사는 지난해 12월1일, 다시 국방헬프콜(24시간 군내 성 관련 인권침해 신고 및 피해자상담 조직)에 전화를 걸어 “내가 죽어야 조사를 해주겠느냐”며 절규했고 군 당국은 그제야 움직였다.

물론 이러한 집단따돌림에는 A중사의 실수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지난해 5월 생리통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체력측정에 나섰다가 3km 달리기를 하고나서 후배와 순서표를 교환하다 적발돼 견책 징계를 받았다. 또 한 번은 대대장과의 면담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사실이 드러나 근신 10일의 징계가 내려졌다. A중사는 견책 징계에 대해서는 솔직히 과오를 인정했다. 다만 휴대전화 녹음 건은 “국방헬프콜 상담관이 ‘녹음을 해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다시 한번 들어보라’는 조언에 따른 것으로, 이것이 군사 보안에 위배되는 사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현 부대에서 두 번의 경징계를 받은 A중사는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지난해 12월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으나, 전역은 과도한 조치라는 육군본부 심사위원의 의견으로 보류 판정을 받았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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