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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은 性군기 확립할 의지·능력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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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31 05:48:36 수정 : 2015-07-31 06: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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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세계일보 보도로 널리 알려진 육군 여군 A중사 사건은 충격적이다. 같은 부대 선임에게 성추행을 당한 A중사는 군 당국에 누차 도움을 청했지만 4개월간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고 한다. 군 수사기관의 뒤늦은 개입을 통해서도 A중사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중사 주장이 사실이라면 뭔가 근본적 문제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군 당국에 성군기를 확립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A중사 측에 따르면 성추행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13일 부사관단 회식에서였다. A중사의 선임 B상사(당시 중사)가 술을 따르라고 강요하면서 허벅지를 만진 것이다. A중사는 즉각 군내 성 관련 인권침해 신고 및 상담 창구인 ‘국방헬프콜’에 신고했다. 조사·조치는 없었다. A중사는 지난해 11월까지 계속 추가 신고를 했으나 허사였다고 한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장본인은 지난해 12월1일 진급을 했다. 이중삼중의 충격을 받은 A중사는 그날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화해 “내가 죽어야 조사를 해주겠느냐”고 절규했다고 한다. 수사가 시작된 것은 그 이튿날부터였다.

군 검찰은 최근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B상사가 억울하게 성추행 가해자로 몰렸고, 군 검찰 판단이 타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신속·정확한 수사가 이뤄졌는지는 여간 의문스럽지 않다. 성 군기 확립 의지를 확신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2월 수사가 시작되자 A중사의 대대장은 부대 간부들을 소집해 “A중사 조심해라.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추행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사건 공식을 씁쓸히 곱씹게 된다.

성폭력·성추행에 관한 한 군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주장해도 신뢰를 얻기 어렵게 돼 있다. 2013년 성추행에 시달리다 자살한 오모 대위 사건을 계기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실질적 개선의 징후는 찾기 어렵다. 심지어 사단장, 여단장급까지 부하 여군을 상대로 성추문을 빚는다. 여군 5명 중 1명꼴로 성추행을 당했고, 피해자 중 83%는 문제아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군 1만명 시대다. 군 수뇌부가 이 문제를 계속 등한시하거나 여군 집단을 되레 죄인시한다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을 병영에 맡긴 전국의 부모들이 결국 딸들과 함께 들고 일어날 것이다. A중사 사건을 최후통첩으로 엄중히 인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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