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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 하고 안 열리는 '유령집회' 판친다

입력 : 2015-07-30 19:34:06 수정 : 2015-07-30 20: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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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실제 개최율 3.2% 불과…처벌규정 없어 경찰력만 낭비…시간·장소별 선착순 접수 악용…다른 집회·시위 봉쇄가 주목적 집회 신고만 하고 실제로 집회는 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집회’ 신고가 지난해 132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찰력이 낭비되고 정당한 집회의 자유까지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경찰청의 ‘미개최 집회 및 신고 집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고 집회는 136만3320건으로 이 중 실제로 열린 집회는 4만4664건(3.2%)에 불과했다. 신고된 집회 100건 중 97건가량이 유령집회였던 셈이다. 2011년 96.17%였던 신고 집회 미개최율은 2012년 96.2%, 2013년 96.22%, 지난해 96.77%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망된다.

유령집회 신고의 주 목적은 다른 단체나 개인의 집회·시위 활동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가 있을 때는 먼저 접수한 신고만 처리하고, 나중에 접수된 집회나 시위는 불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집회 개최 권리의 우선 순위를 정해 집회권이 원활히 행사되도록 하려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의 집회를 합법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사업주가 노조 집회가 예상되는 장소에 장기간 집회신고를 하는 방법으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유령집회 신고는 경찰력의 낭비를 야기하는 주범 중 하나다. 집회가 개최되기 전 참가인원 규모 등을 파악해야 하는 경찰은 실제 열리지도 않는 유령집회에 대비하느라 공연한 시간과 비용을 쓰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보과 직원은 “매일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대기업 아르바이트생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며 “실제 집회를 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데도 신고 접수처리를 해야 하는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유령집회 신고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는 집회신고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유령집회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19대 국회에서만 강동원, 정청래, 김민기, 문병호 의원이 각각 유령집회 처벌 규정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간 갈등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한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령집회는 불필요하게 경찰력을 낭비하게 하고 집회가 필요한 단체의 집회 기회를 뺏기 때문에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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