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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후에 38도선을 넘습니다. 3시 방향에 우리 영토인 백령도가 보이고 2시 방향에 북측 옹진반도 장산곶이 보입니다.”

2000년 6월13일, 평양행 비행기 내에 울려 퍼진 기장의 안내방송이었다. 탑승객들과 함께 우르르 창가에 붙어 밖을 내다봤지만 옅은 구름 탓에 북한 땅이 어슴푸레 보였던 기억이 난다. 남북 분단 55년 만에 처음 열린 남북정상회담 대표단과 취재 일행은 서해직항로로 평양 순안공항에 갔다. 서울과 평양 간 처음 열린 ‘하늘길’이었다. 당시 하늘에는 F16 전투기 편대와 F5 전투기가 엄호 비행을 했고, 대통령 전용기와 수행단을 태운 아시아나 여객기가 NLL(북방한계선)을 넘은 후에는 북측 공군기가 경호를 맡았다. 국내 민항기가 첫 안착한 순안공항은 소박한 편이었는데 공항 건물에 우뚝 세워놓은 김일성 초상화가 무척 생경했다.

15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행했던 이희호 여사가 오는 5일 같은 길로 평양을 방문한다.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타고 방북길에 오른다. 방북 비용을 김대중평화센터가 마련하는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저비용 항공사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스타항공 총괄회장을 맡았던 같은 당 이상직 의원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당초 이 여사는 육로 방문을 희망했으나 북측이 실무 협의 과정에서 항공편을 제안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귀한 분이 오시는데 잘 오실 수 있도록 비행기로 모시라’고 했다며 북측 항공기를 제공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일각에선 김 제1위원장이 새로 지은 평양 공항을 남측에 선전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찾는 이 여사는 평양산원과 애육원, 아동병원 등을 방문한다고 한다. 평양산원은 2000년에도 이 여사가 들렀던 곳이다. 당시 이 여사가 입원 중인 산모한테 “미역국은 드시냐”고 묻자 원장은 “김정일 장군님께서 여성들에 특별한 관심이 많아 해마다 산청 꿀과 미역을 보내주신다”고 했다. 임산부 미역국까지 챙기는 장군님이라니. 그 사이 장군님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바뀌었다. 이 여사 방북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이긴 하지만 남북 관계가 꽉 막힌 터라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이 관심이다. ‘귀한 분’이라고 했다는 연로한 이 여사를 위해 그가 준비한 선물은 뭘까.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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