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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군만 전출… 우리가 바이러스냐”

입력 : 2015-07-31 19:11:04 수정 : 2015-08-01 00: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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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추행'… 어느 여군의 절규] 여군들 사건 터지면 죄인처럼 추궁당해… 배려 차원 부대 옮겨도 여전히 ‘꼬리표’…“당국 수습책 전형적인 편의주의 발상”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 없는 우리도 피해자가 된다.”

경기도 한 전방부대에 근무하는 한 여군 부사관은 군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언론에 군내 성폭력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사건 자체도 문제였지만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도) 많은 문제를 보였다”며 “군에 여전히 팽배한 남성중심적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날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현역 육군 여단장(대령)의 여군 부사관 성폭행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장모 1군 사령관이 회의에서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사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꾸린 5부합동조사단 팀장인 원모 육군본부 감찰실장이 해당 부대 여군을 상대로 강하게 질책한 내용도 언급했다. 원 실장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여군 부사관 8명에게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나? 너희끼리 얘기도 안 하고 지냈나?”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부대 부사단장도 여군들에게 “너희들 똑바로 하라”며 여군들을 죄인인 양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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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부대의 한 위관급 여군 장교는 “군에서 문제가 생기면 유독 여군만이 전출된다”며 “우리가 무슨 바이러스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여군 1만명 시대라고 하지만 한두 다리만 건너면 서로 알 만큼 이 세계는 좁다”며 “결국 어디로 가도 꼬리표가 붙는다. 전출조치가 여군 보호차원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전형적인 편의주의식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강원도 야전부대의 한 여군 부사관은 “우리는 여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군인”이라며 “여군을 배려한답시고 임시방편의 대책을 내놓느니 차라리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고 말했다.

육군 모 부대 A중사가 성추행을 당해 군 당국에 신고했지만 제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여군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 분위기였다. 강원도 한 부대의 여군 위관장교는 “예전에 부대에 성추행 사건이 있었을 때 피해 여군이 ‘국방헬프콜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부대 참모가 ‘해봐야 소용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설마 했는데 실제로 그랬다니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김선영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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