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곽금주칼럼] 쿡방에 비친 이케아 효과

관련이슈 곽금주 칼럼

입력 : 2015-08-02 22:17:55 수정 : 2015-08-02 22:24: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날것을 조리하면서 인간의 뇌 진화
요리하며 ‘노동의 쾌감’ 느껴보길
요즘 부쩍 요리 방송이 인기이다. ‘삼시세끼’를 시작으로 ‘마이리틀 텔레비전’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수요미식회’ 등 가히 쿡방 전성시대다. 셰프들의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높아졌고,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사람들이 들어차기도 한다. 스스로 요리하고자 하는 사람도 부쩍 늘어나 음식재료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한 방송이 나간 후 꽁치와 고등어 조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중년 남자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쾌락을 느끼기 때문이다. 알코올, 마약, 성관계 등과 유사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쾌락을 인식하는 뇌의 부분은 도파민에 의해 작동된다. 이러한 도파민 수준을 측정한 실험이 있다. 수컷 쥐가 암컷 쥐에게 다가가서 교미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때의 도파민 수치는 두 개의 치즈버거를 먹는 상태와 같았다. 이것은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도 같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먹는 행위는 굉장한 쾌감과 행복감을 주며, 이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잘 먹기 위해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가진 전유물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인류 역사가 시작하기 전 무언가 요리하는 행위는 존재했다. 날것으로 먹지 않고 조리하는 것은 인간의 뇌를 발달시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은 몸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약 5분의 1을 뇌에 충당한다. 작동을 하지 않더라도 뇌는 상당량의 신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원시사회의 인간은 소화를 시키느라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해서 뇌를 가동시켰을 것이다. 익히지 않은 음식은 그 음식의 칼로리 중 4분의 1만 몸에 흡수되는데 익힌 음식은 대부분이 몸에 흡수된다. 또 날것은 소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그러나 요리하는 것은 열을 사용해 음식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잘게 자르고 콜라겐과 육류에 있는 결합 조직을 분해함으로써 우리의 세포벽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익히거나 조리된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체내에 여분의 에너지가 늘어남에 따라 이 에너지는 인간의 뇌를 작동시키는 데 쓰이고, 이로 인해 인간은 점차 똑똑해져 갔다. 또한 요리는 음식을 먹고 소화 시간을 단축시켜, 인간은 사냥이나 다른 활동으로 이 시간을 소요할 수 있었다. 요리에 의해 인간은 점차 똑똑해지고 그렇게 해서 바로 현재 인간 세상이 구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요리할 시간 없이 정신없이 살아왔다. 배가 고파서 먹을 뿐, 음식을 만드는 기쁨,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만들려는 노력 없이 매식과 외식에 점차 의존하게 됐다. 최근의 요리 방송은 요리의 기쁨을 일깨우는 것 같다. 따라 하고 싶어지고 또 일단 따라 하다 보니 그 즐거움과 쾌감도 직접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케아 효과’(The IKEA effect)이다. 직접 조리해서 만드는 가구, 이케아에서 이름을 따온 효과다. 직접 만드는 게 수고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우리에게 본능적 즐거움을 일깨운다. 원시사회에 스스로 동굴을 찾아내고 그 입구를 풀로 덮어가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 맛있고 그 결과가 뿌듯하고 그 과정이 더 즐거운 것이다.

오로지 ‘더 편하게, 더 쉽게’만을 추구하던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다. 어떤 일을 위해 쏟는 노력과 노동은 그 과정과 작업의 가치를 높인다. 비단 요리만이 아니다. 인간은 바로 노력의 과정에서 순수한 기쁨을 즐기도록 설계돼 있다. 노동에서 가치 있는 진정한 쾌감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