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며 ‘노동의 쾌감’ 느껴보길 요즘 부쩍 요리 방송이 인기이다. ‘삼시세끼’를 시작으로 ‘마이리틀 텔레비전’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 ‘수요미식회’ 등 가히 쿡방 전성시대다. 셰프들의 인기가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높아졌고,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사람들이 들어차기도 한다. 스스로 요리하고자 하는 사람도 부쩍 늘어나 음식재료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한 방송이 나간 후 꽁치와 고등어 조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여전히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중년 남자들이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될 정도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쾌락을 느끼기 때문이다. 알코올, 마약, 성관계 등과 유사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쾌락을 인식하는 뇌의 부분은 도파민에 의해 작동된다. 이러한 도파민 수준을 측정한 실험이 있다. 수컷 쥐가 암컷 쥐에게 다가가서 교미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때의 도파민 수치는 두 개의 치즈버거를 먹는 상태와 같았다. 이것은 코카인을 흡입했을 때와도 같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먹는 행위는 굉장한 쾌감과 행복감을 주며, 이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잘 먹기 위해서 요리를 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가진 전유물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전 인류 역사가 시작하기 전 무언가 요리하는 행위는 존재했다. 날것으로 먹지 않고 조리하는 것은 인간의 뇌를 발달시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은 몸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약 5분의 1을 뇌에 충당한다. 작동을 하지 않더라도 뇌는 상당량의 신체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원시사회의 인간은 소화를 시키느라 필요한 에너지를 축적해서 뇌를 가동시켰을 것이다. 익히지 않은 음식은 그 음식의 칼로리 중 4분의 1만 몸에 흡수되는데 익힌 음식은 대부분이 몸에 흡수된다. 또 날것은 소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요리할 시간 없이 정신없이 살아왔다. 배가 고파서 먹을 뿐, 음식을 만드는 기쁨,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만들려는 노력 없이 매식과 외식에 점차 의존하게 됐다. 최근의 요리 방송은 요리의 기쁨을 일깨우는 것 같다. 따라 하고 싶어지고 또 일단 따라 하다 보니 그 즐거움과 쾌감도 직접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케아 효과’(The IKEA effect)이다. 직접 조리해서 만드는 가구, 이케아에서 이름을 따온 효과다. 직접 만드는 게 수고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우리에게 본능적 즐거움을 일깨운다. 원시사회에 스스로 동굴을 찾아내고 그 입구를 풀로 덮어가면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 맛있고 그 결과가 뿌듯하고 그 과정이 더 즐거운 것이다.
오로지 ‘더 편하게, 더 쉽게’만을 추구하던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이다. 그렇다. 어떤 일을 위해 쏟는 노력과 노동은 그 과정과 작업의 가치를 높인다. 비단 요리만이 아니다. 인간은 바로 노력의 과정에서 순수한 기쁨을 즐기도록 설계돼 있다. 노동에서 가치 있는 진정한 쾌감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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