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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짐승은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찌푸리네 /무궁화 세상은 이미 사라졌는가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옛일을 회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이 정녕 어려워라.”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매천 황현이 음독 자결하기 전에 유서와 함께 남긴 ‘절명시’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를 ‘무궁화 세상’이라 했다. 무궁(無窮)이란 끝이 없다는 뜻이다. 하나하나의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지만, 나무 전체로는 다른 꽃들이 계속 피어 여름 내내 꽃잔치를 이어간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이 작사한 동요 ‘무궁화행진곡’ 중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말이 뜻하는 바다. 생명력이 강한 꽃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돼 있지만 무궁화는 우리만 쓰는 말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칭할 때 무궁화 나라를 뜻하는 근역(槿域)이라 했다.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의 “군자의 나라가 동방에 있는데 훈화초(무궁화)가 많다”는 글귀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안정복이 쓴 ‘동사강목’에는 신라 진성여왕이 당나라 황제에게 보낸 글에서 신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 나라라고 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궁화 울타리 등을 언급한 선비들의 시도 무수히 남아 있다. 예전에는 무궁화가 가까이에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무궁화가 민족 정신을 상징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고, 광복 이후 대통령 휘장이나 태극기 깃봉 등을 장식하면서 나라꽃으로 인정받았다. 법령에 국화로 지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주변에서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홀대받았다.

광복절을 앞두고 무궁화 바람이 불고 있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다. 서울시는 광나루 한강공원 천호대교 부근에 무궁화 동산을 조성 중이다. 전국 곳곳에 무궁화로 장식된 거리가 늘고 있다. 강원 홍천군에 이어 경기 수원시가 7일 무궁화 축제의 막을 올린다.

산림청은 올해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을 개정해 무궁화 식재 및 관리 종합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무궁화를 대대적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산림조합중앙회도 무궁화 동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무궁화 보급 사업에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도 무궁화를 국화로 명문화하는 작업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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