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금만능주의! 국가의 형벌에까지 돈의 힘이 미치는 세상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일부 도시에선 수감자들이 1박에 82달러를 내면 호텔급 개인 감방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줄을 서는 공중질서도 돈으로 거래됩니다. 의회 공청회 방청권이나 인기 무료 공연의 관람권을 얻기 위해 줄을 대신 서주는 ‘라인스탠더’ 사업이 성황을 누리죠. 댈러스의 학교들은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2달러씩 줍니다. 공부를 위해 돈을 주고, 돈을 위해 공부하는 세상이 되지 않을지 두렵습니다.

중국에선 대리 사과 서비스까지 등장한 모양입니다. 연인이나 친구 간에 관계가 틀어졌다고 칩시다. 직접 사과하기가 껄끄럽다면 텐진사과회사에 연락하면 됩니다. ‘당신 대신 사과드립니다!’ 이 회사가 내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중년 신사, 뛰어난 언변을 갖춘 변호사 등 고급 인력을 확보해두고 있다고 합니다.

돈은 우리나라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합니다.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이 등장한 것이 불과 엊그제 일이 아닌가요. 인사혁신처가 연수교육 중인 행정고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했더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돈이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82.9%에 달했습니다. 예비 사무관조차 금력이 지배하는 사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의 씁쓸한 풍속도입니다.

아무리 황금만능시대라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 수가 없죠.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은 살 수 없습니다.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쾌락은 즐길 수 있지만 행복은 살 수 없어요. 1억원짜리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결코 살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데 쓰는 단 1초도 돈으로 살 수 없답니다.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왜냐하면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값으로 따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 역시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만약 부부싸움으로 화가 난 당신에게 비싼 값으로 고용한 사람이 와서 대신 사과한다면 당신 마음이 눈 녹듯 풀릴까요? 십중팔구 ‘2차대전’이 터지고 말 것입니다. 세상에는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게 아직도 참 많습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