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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RCEP 대립관계 아니며 한국 다 참여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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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4 19:48:33 수정 : 2015-08-04 23: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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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중국 인민대 상학원 천융쥔 교수
중국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대립관계가 아닙니다. 한국은 둘 다 참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이 하나만 선택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국익을 고려하면 됩니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 상학원 천융쥔(陳甬軍·61·사진) 교수는 4일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통합 구상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TPP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준비를 마친 중국은 RCEP도 올해 11월 타결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7일까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9차 협상을 하는 RCEP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역내 무역 자유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인민대 상학원 부원장을 지낸 천 교수는 중국 학계에서는 시장경제 개혁과 도시화 연구의 권위자로 꼽힌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찾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구체적 실현 방안 등을 탐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국이 주도하는 RCEP 등 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대립구도가 첨예화하고 있다. 접점은 없나.

“중국의 AIIB와 일대일로는 일정한 선에서 미국 TPP에 대응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TPP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RCEP도 그렇다. 서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중·미 간 경쟁이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협력이다. 쌍방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가장 강대한 나라로서 중국의 발전을 경계한다. 발전 과정에 있는 중국은 이런 문제를 처리한 경험이 없다. 또 현존 국제경제·정치구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마찰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오는 9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면 새로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한국은 미·중 경쟁구도에 낀 모양새인데.

“TPP와 RCEP는 대립관계가 아니며 한국은 다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생산 능력이 우수하고 이 능력을 수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동맹·핵우산 관계에 비춰 볼 때 한국은 한·미·일 체제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경제는 다르다. 중국은 한국이 하나만 선택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대일로 역시 개방적이며 선결 조건이 없다. 한국은 중국의 구상에 모두 참여하는 게 국익에 부합할 것이다.”

―일대일로 노선 중에 한반도 쪽은 중시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일대일로는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몽골을 다 포함한다. 모든 국가가 이익을 얻는다면 단결하고 함께할 것이다. 북한은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기술이 있고 중국은 자금과 노동력이 있다. 그렇기에 함께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서로 이익을 주는 것이다.” 

―일대일로와 동북아 평화 구현의 장애물이 있다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남·북한 관계다. 남·북한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 무드가 조성된다면 함께 일대일로를 추진할 수 있다. 한국, 중국, 북한이 함께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장애물을 제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해빙 무드 조성을 위해 우선 경제 협력이 급선무다. 남·북한은 경제 격차가 매우 크고 북한은 기반시설을 필요로 한다.”

―AIIB, 일대일로 구상을 통해 북한을 동북아 경제협력의 틀로 유도할 수 있나.

“정치와 경제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정치는 경제의 연장이다. 경제의 변동으로 정치적 주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북한이 심각한 경제 곤란을 당하면 정치적으로 중한 관계는 더욱 친밀해질 것이다. 이는 주기적인 변화이다.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 경제 발전을 중시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대일로 구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계속 강군 전략을 중시한다면 경제협력은 없을 것이다. 북한이 어떤 정치적 전략을 취할 것인지는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의 AIIB 참여 가능성과 시기는.

“미국과 일본이 단기간에 AIIB에 가입할 가능성은 없다. 입장을 바꿔 참여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작다. 그렇다고 장래에 가입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으로 3∼5년 내에 자국의 경제 발전과 지역정치 영향, 자국 내 전문가 비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아태지역 경제협력 구상은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하는데.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는 정부가 정한 7%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2분기에 국무원은 안정성장을 위한 투자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국가발전과개혁위원회도 수백개 프로젝트를 비준했고 일대일로 중대 프로젝트와 기반시설의 수출, 국제 생산능력 협력 계획도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하반기 중국 실물경제 성장을 지탱할 것이다. 하반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7.1%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정부의 성장 목표치 7% 달성은 가능하리라 본다.”

―변동이 심한 주식시장 상황을 진단한다면.

“최근 증시 폭락 원인은 종합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중국 증시에 문제가 있다. 대출융자 방식으로 투자한 점이다. 빠르게 상승하다 보니 조정을 받은 것이다. 중국 경제 상황은 이렇게 높은 증시를 지탱할 수 없다. 중국 경제성장은 빠르지 않다. 두 번째 원인은 국내외 투기세력이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투기세력의 존재는 정상적이라 할 수 있다. 투기세력은 주식을 판 후 주가가 떨어졌을 때 다시 사들인다. 이런 종합적인 원인이 현재의 불안정한 장세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일대일로 구상을 살피기 위해 해외를 다녀온 것으로 안다.

“얼마 전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해상 실크로드와 믈라카 해협을 살폈다. 해상 실크로드는 주로 아세안과 관련이 있다. 싱가포르는 믈라카 해협의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항운 및 금융 중심이 되고 현대적인 국가가 됐다. 상하이, 톈진(天津), 푸젠(福建) 자유무역구는 항운·건설 부문에서 싱가포르의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다른 상황이다. 경제 발전 수준도 높다. 종교와 민족 갈등 문제가 컸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이슬람교도, 불교도, 말레이시아 원주민, 인도인, 중국 화교 등이 서로 어울려 함께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어떻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다원화·다종족 문화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 연구해 나가야 한다.”

―푸젠 자유무역구와 일대일로의 위험과 도전은 무엇인가.

“일대일로는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인도양, 지중해, 아프리카까지 총 65개국을 아우른다. 일대일로 실현에는 중·미 관계, 중· 일 관계, 중국과 남중국해 주변 국가의 관계가 중요하다. 정치적 문제는 경제협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해당국 법률과 시장경제 발전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65개 국가 중 절반은 개발도상국이다. 이들 개도국의 경제 발전과 시장경제 수준은 높지 않다. 연구도 매우 부족하다. 중국은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등에 대한 연구는 많이 축적돼 있지만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국가 연구는 미흡하다. 일대일로 구상을 실현하려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아태 회귀 전략이 일대일로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미국은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는데도 중국과 충돌할 것이다. 이 영향이 가장 크다.”


천융쥔 교수는… ▲1989∼1992년 샤먼대 정치경제학 전공 박사, 경제학 박사 ▲2001년 샤먼대 대학원 부원장 ▲2005년 11월 인민대 상학원 교수 ▲2006년 7월 인민대 상학원 부원장 ▲2007년 7월 인민대 중국경제개혁과발전 연구원 부원장 ▲2010년 4월 인민대학 국제학원(쑤저우 연구원) 상무 부원장 겸 당서기 ▲저서·논문:‘중국통일시장 신이론’(2007, 중국인민대출판사) 등, ‘중국 도시화 발전 실천의 이론과 정책 문제’, ‘제조업 외국자본 진입과 시장 세력의 파동, 경쟁인가, 독점인가’, ‘일본 자스닥시장 연구와 계시’ 등


사진=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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