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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광복 70년 부끄럽게 만드는 롯데·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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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04 21:30:13 수정 : 2015-08-04 21: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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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과 私 구별 못하는 막장·부패의 치부
日앞에 창피한 우리, 克日은 가능할까
‘알리바바의 마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가 배운 경영 철학’이라고 해서 읽어봤는데 마치 공자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 교세라 창립자인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바위를 들어올려라’·서울문화사) 얘기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라, 성실하게 일에 몰두하라, 작은 노력을 꾸준히 쌓아라, 솔선수범하라, 공사를 구별하라, 진정한 용기를 내라, 반성하는 삶을 살아라….’

조남규 사회부장
이나모리는 일상에서도 실천하기 힘든 이런 교훈들을 이윤 창출이 목적인 회사의 경영 원리로 제시했다. 회사 경영은 이치와 도리에 맞고 세상의 일반적인 도덕에도 어긋나지 않아야 순조롭게 풀리고 생명력도 길다는 게 이나모리의 생각이었다. 경영자는 자기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공명정대한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속세를 떠난 선승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실제 그는 은퇴 후 탁발승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가짐을 오랫동안 견지했더니, 단돈 300만엔으로 설립한 교세라를 연매출 5조엔이 넘는 세계적인 세라믹 회사로 키울 수 있었다고 이나모리는 말했다.

일본의 경영인 중에는 이나모리처럼 윤리 경영을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도시바 회장 출신의 도코 도시오는 억대 연봉의 대부분을 기부한 뒤 우리 돈으로 한 달에 몇 십만원의 생활비만으로 살아간 것으로 유명하다. 이시카와지마중공업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는 그를 만나고 온 도쿄지검 특수부 검사가 “아, 정말 오늘은 기가 막힌 날이다. 대기업의 사장쯤 되는 사람이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 출근을 하다니…”라면서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를 남겼다. 마쓰시타전기산업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나 혼다자동차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도 국민이 부자를 존경하게 만든 대표적 기업인이다. 이들에게서는 선비의 도덕감과 상인의 재능을 겸비한다는 이른바 ‘사혼상재(士魂商才)’의 정신이 느껴진다.

지금 한국에선 롯데그룹과 포스코가 연출한 막장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다. 롯데가의 형제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형제의 난’은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여러 차례 극장에 올렸던 작품이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해서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고 본다. 모든 창업자가 “세습 경영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너 경영을 하겠다고 결심했으면 이나모리의 조언대로 “나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만 회사를 경영하지 않는다. 전 직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마음을 직원과 주주에게 확신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평범한 사람의 집안도 갈라져 싸우면 망하는 법이다. 소수 지분을 들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기업인이 소비자이자 주주인 국민에게 무슨 신뢰를 줄 수 있을까.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건설된 포스코의 비리 의혹은 국내 기업인의 도덕적 해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세계일보의 특종 보도를 계기로 시작된 검찰의 포스코건설 해외비자금 사건 수사가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검찰이 밝혀낸 포스코 내부의 종양은 대수술이 필요한 악성인 것으로 진단됐다.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장이라는 사람은 리베이트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서는 절반 가까운 돈을 현지 발주처에도 지급하지 않고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부인 명의 계좌로 송금됐다고 하니 그 회사 임원들은 그 비자금을 눈먼 과부 돈으로 봤던 것 같다. 포스코건설 국내 본사의 어떤 임원은 그 비자금을 상납하라고 지시하고, 어떤 임원은 하도급업체에서 돈을 받아먹고…. 검찰 고위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곳곳에 비리의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담당 검사들이 휴가를 반납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비리는 척결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부담스럽겠지만 악성 종양 위에 반창고를 붙이는 식으로는 포스코를 살릴 수 없다.

태생부터 일본과 무관치 않은 롯데와 포스코가 광복 70주년의 해에 부끄러운 민낯을 보이고 있는 현실은 국민을 참담하게 만든다. 광복 이후 여태껏, 우리가 왜 일본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두 기업은 일본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는가.

조남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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