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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꽃가마 타는 김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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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17 21:18:46 수정 : 2015-08-17 2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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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지도자가 비단길만 걸으면 감동과 희망 못줘
자신 버리는 용기 필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해 전라도 땅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경상도 땅 대구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상상했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이 의원이 당선 소감 일성으로 “국민 여러분께서는 순천시민과 곡성군민이 우리 정치와 지역 구도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감격스럽게 보고 계실 것”이라고 밝혔듯이, 대구의 야당 의원에게서는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구 시민이…” 하는 감격에 찬 인사말을 들을 수 있겠다. 그리고 호남의 여당 의원, 영남의 야당 의원에게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지역주의 장벽을 허무는 작은 구멍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은 대구의 야당 의원을 꿈꾸고 있다. 3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경기도 군포시민과 결별하고 ‘지역구도 극복’을 앞세워 고향인 대구로 내려갔다. 19대 총선과 지난해 대구시장에 연거푸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를 버리고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 새길을 닦으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다. 대구는 아직 새정치연합 쪽 사람들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유시민 전 의원이 “대구에 뼈를 묻겠다”며 18대 총선 때 수성을에 출마했지만 쓴맛을 봤다. 김부겸은 그러나 선거에서 떨어졌어도 40%가 넘은 득표율에서 가능성을 봤다. 얼마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대구 시민들이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준다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김기홍 논설실장
그런 김부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새누리당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같은 지역구 대구 수성갑 출마를 선언했다. 김부겸은 “누가 뭐래도 잘못된 싸움이지만 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잘못된 싸움일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싸움임도 잘 알고 있다. 김부겸의 앞길에 먹구름이 엄습한 것은 ‘유쾌한 반란’을 기대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김문수가 대구에 둥지를 튼 것은 그의 또 다른 도약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이다. ‘대구의 정치적 심장부인 수성갑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에 김문수를 당협위원장으로 내세운 새누리당의 결정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김문수는 수성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인으로서 저를 필요로 하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정치인 김문수를 필요로 하고 정치인 김문수가 잘할 수 있는 곳이 대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15대 국회 때 국회에 입성해 내리 3선 의원으로 키워준 경기도 부천 소사가 있고 도지사를 두 번씩이나 시켜준 경기도가 있다. 이곳에서 더 잘할 수 있다. 경기도를 버리고 대구를 택한 것이 영남의 대표주자, 보수의 대표주자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기 위한 것이라면 국회의원 12년, 경기도지사 8년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 인적· 물적 자산과 네트워크를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 그저 깃발만 꽂으면 된다.

김문수는 대권을 꿈꾸고 있다. 주성영 전 의원은 “김문수는 꽃가마만 타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 지도자를 꿈꾼다며 꽃가마 타고 꽃길만 즈려밟고 가는 자의 행보에서는 감동도 진정성도 느낄 수 없다. 그는 지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때 ‘민생의 낭떠러지, 부패의 낭떠러지, 오만의 낭떠러지, 절망의 낭떠러지에 떨어져 있다”면서 “저부터 나뭇가지를 잡은 손을 놓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나뭇가지를 두 손으로 움켜쥔 채 낭떠러지에서 누구보다 먼저 오르려 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로 거듭나려면 쇄신과 성찰을 통한 자기혁신, 자신을 버리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국가 지도자에 걸맞은 담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김문수가 그리는 국가와 국민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관과 가치관, 정치철학, 포부를 대구에서는 빚어낼 수 없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에 국회의원 3번과 경기도지사 2번, 그리고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이것만으로도 눈이 부실 정도인데 ‘대구 출신 4선 국회의원’까지 추가되면 너무 부셔서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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