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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는 모호함 사이로 사유의 울림 채웠죠”

입력 : 2015-08-18 20:35:09 수정 : 2015-08-18 20: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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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에 주목해온 단색화가 최명영
최명영(74) 작가는 지난 40년간 회화가 시작되는 ‘평면’에 주목해 왔다. 평면이라는 공간적 실체에 대한 탐구를 통해 한국 단색화 영역의 또 다른 모습을 제시해 왔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노라면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모습이다. 오로지 여백만의 모습, 혹은 벽지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붓질이라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무의미의 층위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애당초 어떠한 무엇도 담지 아니하고 평면 자체로의 그 실체만 나타내고자 했지요. 어느 순간 사유의 지평(평면)이 열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몇년 전 문득 ‘산책’이라는 말의 그 담담한 반복-회귀의 의미에 주목한 바 있다. 반복되는 일상사나 비망록의 온갖 약속,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은 실상 온통 점과 점 그 자체로 인식될 뿐 아니라 그 점과 점의 간극 또한 설명키 어려운 모호함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저는 그 간극을 ‘모호함이 가득 찬’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은 그 모호함이야말로 바로 쉼 없는 호흡과 육신의 움직임으로 충일된, 그 어떤 사물, 상념에도 묶이지 않는 바로 제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닐까요.”

그는 자신으로의 회귀를 가능케 하는 산책의 의미야말로 그의 작업의 기본적인 정신과 같은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1970년대 중후반 이래 ‘평면조건’ 명제의 그의 작업은 한마디로 단조로움과 무미함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변조의 드라마나 특기할 제스처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중심을 허용치 않는 균질한 화면을 통해 평면 그 자체를 더듬어 확인하려는 것이 저의 회화관이라 할 수 있지요.”

그에게 백색 혹은 흑색조의 색조는 색채 성격보다는 하나의 질료다. 그저 화폭에 그 질료를 쌓아갈 뿐이다.

“무의미한 층위의 지평에서 저는 저의 일상, 정신구역을 통과한 하나의 세계로서의 평면구조와 마주하게 됩니다. 화면의 물질적 시각적 틀을 넘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내달 20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 초대전. (02)3447-0049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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