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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같은 그리스 내전 담은 장편 ‘전쟁과 신부’ 깊이 읽기

입력 : 2015-08-20 20:52:17 수정 : 2015-08-20 20: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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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대학로서 ‘카잔차키스 잔치’ “정의가 아니라 자비를!”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사진)는 장편 ‘전쟁과 신부’에서 “인간의 불운한 영혼은 정의를 견디지 못하고, 인간은 나약하여 죄악을 탐하고 하느님의 계명을 무겁다고 여기니, 정의도 좋기는 하지만 그것은 천사들을 위한 몫이고, 인간은 자비를 필요로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6·25전쟁처럼 좌우로 격렬하게 나뉘어 서로 살육했던 그리스 내전을 배경으로 그린 이 작품을 두고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 카잔차키스 친구들’(회장 유경숙·소설가)이 한국그리스협회(회장 유재원·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와 함께 22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하는 ‘제7회 카잔차키스 이야기 잔치’가 그것이다.

이 행사는 암브로시오스 한국그리스정교회 대주교의 축사와 유재원 교수의 사진을 통해서 본 카잔차키스의 생애에 대한 해설로 시작한다. 최혜영(전남대 사학과 교수), 노성두(미술사학 박사)를 비롯해 홍기돈(평론가), 심아진(소설가), 정회선(언어학 박사) 등이 각각 발표자로 나서 ‘전쟁과 신부’를 깊이 읽는다.

발제문 ‘사랑과 자유를 들고 당도한 세 번째 유형’에서 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는 ‘전쟁과 신부’의 인물들이 “좌우로 나뉘어서 격렬하게 증오하며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는 있으나, 이들은 기실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양상”이라며 “그들은 왜 싸워야 하는지, 정의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하거나 회의하기를 주저하며 스스로를 그저 전쟁의 수단으로 설정하고 만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4·3사건은 물론 곧바로 이어진 참혹한 동족상잔도 결코 이러한 맥락에서 자유롭지 않다.

홍 교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내세운 야나로스 신부는 자비(사랑)를 출발점으로 삼되 이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를 향하여 앞으로 성큼 발을 내딛는다”면서 “비유컨대 신부는 자유를 향해 날아가는 화살”이라고 규정했다. 홍교수는 ‘천사와 짐승 사이에 놓인 나약한 인간’을 부각시킨 카잔차키스의 이 작품은 니체의 위버멘쉬(초인) 사상에 영향 받은 바 크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내전을 집중 분석한 최혜영 전남대 교수는 “6·25전쟁보다 불과 몇 년 먼저 일어나서 바로 그 직전 해에 끝난 그리스 내전은 대내외적 상황이 한국과 매우 비슷하게 전개되었다”면서 “심지어 공산주의자들을 대처하기 위해서 그리스와 한국에 파견되었던 장군도 같은 밴 플리트 장군이었다”고 지적했다. 우한용 서울대 교수를 좌장으로 ‘6·25전쟁과 그리스 내전은 무엇이 다른가, 현재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역사의 숙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이어간다.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하는 ‘전쟁과 신부’ 입체 낭독도 마련됐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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