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군사적 패권… 문화·종교 전파… 언어, 국가를 넘어 확장했다

입력 : 2015-08-21 22:52:26 수정 : 2015-08-21 22:52: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라틴어 로마제국 패권을 타고
아랍어 이슬람교의 전파로
그리스어는 신약 기록 했기에
18세기 이전 국제적으로 위세
토르 얀손 지음/김형엽 옮김/한울아카데미/3만9500원
언어의 역사/토르 얀손 지음/김형엽 옮김/한울아카데미/3만9500원


인간은 언제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을까. 고고학자들은 인류의 턱뼈나 두개골의 특징을 검토한 결과 대략 4만여년 전부터라고 추정한다. 당시 인류는 생물학적으로 지금의 인류와 비슷했으며 그림과 무늬를 새기며 초기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했다고 한다.

토르 얀손 스웨덴 스톡홀름대 교수는 언어가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함께 발전하고 소멸해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언어의 역사’에서 언어 탄생의 기준은 언어 사용자라고 정의한다. 언어란 사용하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그리스어가, 3000년간 지속된 이집트 문명에서는 이집트어가, 아랍 문명이 확장되던 시기에는 아랍어가 위세를 떨쳤다. 그리스어는 AD 300여년까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독교 성서가 그리스어로 씌어졌다. 예수는 아람어를 사용했지만, 신약 기록은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 현재까지도 그리스어는 기독교의 중요 언어로 대접받는다.

5세기까지 고대 로마의 서부 즉 유럽에서는 라틴어가 핵심 언어였다. 동로마에서는 아람어, 아르메니아어, 시리아어, 콥트어 등이 중요 문헌 기록용으로 사용됐다. 이후 1100여년이 지난 16세기엔 종교개혁과 함께 신교도들이 라틴어 대신 각종 언어로 예배했다. 그때 다양한 언어가 탄생했다. 그럼에도 라틴어 외의 다른 언어로 과학 문헌이나 학술 문헌을 기록하는 것은 18세기 이후에야 가능했다. 르네 데카르트(프랑스), 아이작 뉴턴(영국), 라이프니츠(독일) 등은 자국어를 쓰면서도 라틴어로 저서를 남겼다.

저자는 책에서 18세기 영어가 국제어로 자리 잡기 이전 그리스어와 라틴어, 아랍어의 확산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한다. 이 세 가지 언어가 국가를 넘어 넓은 지역에서 두루 사용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해석한다. 그것은 군사적·정치적 패권일 때도 있었고 문화적 우수성 또는 종교일 때도 있었다. 고대 그리스는 문학, 철학, 예술 등의 문화를 꽃피웠다. 라틴어의 경우 로마제국의 강력한 군사력뿐 아니라 라틴어로 적힌 고문헌들이 1100여년간의 라틴어 영향력을 유지한 저력이었다. 아랍어는 이슬람교라는 강력한 종교의 전파로 아랍어를 퍼트릴 수 있었다.

저자는 오늘날 영어가 국제 언어가 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영국의 힘을 꼽는다. 영국은 과거 식민지에 영어를 전파했다. 영국이 쇠퇴한 뒤에도 미국의 정치·군사·경제력 덕분에 영어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대됐다.

로마제국의 번성이 라틴어의 광범위한 확산을 가져온 것처럼 중국어, 이집트어, 아랍어 등에는 강력한 국가의 공용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언어는 국가적 배경이 없거나 사용자가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때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반면 완전히 ‘죽은’ 언어라도 집단 노력에 따라 되살아나기도 한다. 히브리어가 그렇다. 히브리어는 이스라엘 건국 후 국민의 노력으로 되살아났다. 역사처럼 언어도 국민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운명이 변한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언어의 미래를 점친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6900개 언어가 있다. 대부분은 사용자가 매우 적다. 현재 세계 인구 70억명 가운데 50억명이 사용자 1000만명이 넘는 85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20억명은 6800여개 언어 중 하나를 사용한다. 상당수의 소수 언어들은 빠른 속도로 사용자를 잃고 있으며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정치·사회·경제적 상황들을 고려할 때 앞으로 많은 언어들이 사라질 것”이라면서 “소수 언어에서 다수 언어로 언어를 전환하는 것이 이익을 주는 한 다수의 국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바꾸는 것은 물론 자식들에게도 언어 전환을 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