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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조용한 외교’란 침묵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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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3 22:29:39 수정 : 2015-08-23 22: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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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반성 거부하는 日에 분노
‘강제노역 청구권’ 속히 집행해야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난 지 70년,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년이 됐다. 그러다보니 한·일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아직도 한·일 관계에 있어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과거 식민지 통치를 사죄하기는커녕 반성조차 거부하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답답하다 못해 분노케 된다.

전후(戰後) 70년을 맞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발표한 ‘아베담화’ 역시 교묘한 말로 식민지 지배 사죄를 피해갔으며, 이에 더해 광복절 날 일본의 현직 관료와 국회의원들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단체로 참배했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이 외에도 일본은 지난 70년간 실효적 지배 하에 있는 엄연한 우리 땅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외교 및 국방백서에 버젓이 기록하는가 하면, 초·중·고교 교과서를 개정해 ‘식민지통치가 한국의 발전에 공헌했다’는 해괴망칙한 해석마저 집어넣었다.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정부가 직접 주도한 이른바 위안부 동원 및 관리를 마치 민간 측이 한 것처럼 희석시키려는 노력마저 하고 있다.

그뿐인가, 일본은 전쟁 중 군수공장을 운영하던 일본 미쓰비시광업에 강제 징용된 수만명의 우리 남성은 물론,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여성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사죄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를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미쓰비시 측이 강제노동에 동원된 미국인 포로와 중국인 노동자에게는 사죄와 더불어 보상을 하면서 유독 우리 국민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쓰비시가 이처럼 우리 국민에게 사죄나 보상을 거부하는 데에는 1965년의 한·일조약이 식민지배의 책임문제에 대해 모호하게 돼 있어 일본은 기본적으로 1910년에서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를 불법한 침략으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쓰비시는 한·일 합병은 정당한 것이었고, 당시 한국인은 일본 국민으로서 전쟁 중 강제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볼 수 있기에 합법적인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 우리 대법원은 미쓰비시 공장에서 강제노역을 한 우리 국민의 개별적 청구권은 아직 살아 있다고 최종 판결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부는 침묵하고 있다. 설령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달리 생각했더라도 이 나라의 최고법원이 최종적으로 해석을 한 이상 외교부는 즉각 그 판결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즉 정부가 이러한 청구권을 실현하기 위해 즉시 필요한 국내외적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이 판결을 근거로 우리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와의 접촉은 물론 구체적 협상에 들어갔어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부가 미온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일본은 지난번 미쓰비시 군수공장이 있던 나가사키 군함도를 세계유산에 등록시킬 때 유네스코 관련 위원회의 의결 전과 의결 후 서로 상반된 발표를 해 우리를 우롱했다.

외교에서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외교부는 불사조와 같은 집념과 열정으로 국익을 좇아야 하며 그것이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바 ‘조용한 외교’란 할 말을 안 하거나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외교를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어설프고 불필요한 잡음은 일절 내지 않으면서도 정부가 정한 외교성과를 조용히 거두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법정에서 당당하고 집요하게 따지고 물고 늘어지면서도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 품격과 세련됨에 상대가 압도당하는 노련한 변호인처럼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역규모 세계 8위, 경제규모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데 어찌 ‘경제 강국’에 상응한 외교 수준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지 알고 싶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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