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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감은 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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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4 21:47:56 수정 : 2015-08-25 0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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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도끼만행 39년
미군에 도발 못하는 北, ‘몽둥이’ 겁내기 때문
맞고도 손잡아 주는 南, 군사도발 유혹만 키워
‘이에는 이’ 전략이… 한반도평화 구축의 길
1976년 8월18일 판문점에서 일이 터졌다.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유엔군 소속 JSA경비대대 병사들이 공격을 당했다. “왜 가지를 치냐”며 북한군 수십 명이 도끼와 몽둥이를 휘둘렀다. 미군 장교 2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다. 우연한 충돌이었을까. 1975년 월남 패망으로 기가 잔뜩 오른 북한이 미군을 시험한 도발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밖에 없다.”

몽둥이는 누가 휘둘렀을까. 우리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휘둘렀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한반도에 최신예 전폭기 대대를 투입하고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를 보냈다. B-52 폭격기도 떴다. 공격용 헬기는 판문점 하늘을 까맣게 메웠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과하지 않으면 평양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7년 뒤 군 생활을 한 곳이 공교롭게도 헬기를 띄운 그 부대였다. 무서운 존재라는 것은 그때 알았다. 대대 화력이 우리나라 군단 화력과 맞먹는다고 했다.

강호원 논설위원
북한은 꼬리를 내렸다. 김일성이 직접 사과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절대 선제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며 도발이 발생한 경우에만 자위적 조처를 취할 것이다.” 도끼 한번 휘둘러 ‘위대한 수령’의 체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그런 낭패도 없었을 게다. 왜 사과를 했을까. 미국의 몽둥이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후 어땠을까. 북한은 단 한 번도 미군을 상대로 불장난을 한 적이 없다. 미군이 지키는 판문점 주변 비무장지대(DMZ)는 39년간 평온하다. 북한의 신의가 깊기 때문인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북한이 도발하는 곳은 어디인가. 한국군이 지키는 곳이다.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1·2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서부전선 포격….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반세기 넘도록 대한민국은 선제 도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북한은 때리고 우리는 맞았다. 이상한 남북 관계다.

묘한 관계는 왜 만들어졌을까. 답은 간단하다. 상대가 주먹으로 때릴 때 주먹 드는 것조차 겁을 내고, 때린 자가 화해하자고 손을 내밀면 감지덕지해 덥석 잡으니 또 때리고 싶지 않겠는가. 때릴 때마다 북한이 얻는 정치·경제적 이익은 쏠쏠했다. 북한을 관리한다? 햇볕정책을 하던 과거 정부는 왜 그렇게 당했을까. 주먹으로 때리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든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반세기 넘도록 질질 끌려 다닌 것 아닌가.

몽둥이는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인가.

북한의 선군(先軍) 정치. ‘때리면 통하는’ 남북 관계 속에 만들어진 기형적인 정치노선이다. ‘도발하지 않는 선군’은 가능할까. 힘들 것 같다. 군사 대치·도발의 끈을 놓는 순간 선군은 후군(後軍)이 되지 않겠는가. 선군에 희생된 북한경제. 장성택을 처형하고, 경제관료에게 찬밥을 먹이고, 주민을 가난하게 만든 것이 모두 ‘선군의 덫’에서 비롯된다. 이루어 놓은 것이 없으니 끈을 놓으면 체제가 멍들 수 있다. 선군의 수레바퀴는 멈추기 힘들지 않을까. 경제개혁? 내기를 한다면 ‘힘들다’는 쪽에 걸고 싶다. 스스로 파놓은 ‘선군 수렁’이 너무 깊으니.

북한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이 몽둥이를 꼭 쥐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원점타격, 중요한 변화다. 고사총 한 발, 76.2㎜ 평곡사포 세 발을 쏘니 155㎜ 자주포 29발을 쐈다. 잠수함 발진? 한·미 동맹군은 무엇을 발진시킬까. 특수전부대 테러? 평양은 안전할까. ‘남한 때리기’는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하라는 북한. ‘최고 존엄’을 훼손해서일까. 민심이반을 걱정하기 때문 아닌가.

북한은 바뀌어야 한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 아득하니 문제다. 각오를 다져야 한다.

망전필위(忘戰必危). ‘몽둥이를 들고 싸울 각오를 하면 위기는 멀어진다’는 말이 아닌가. 감이 절로 입에 떨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따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분단된 조국을 통일하는 일도 같은 이치다. 역사는 행동하는 자가 움직인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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