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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열정 그리고 첫사랑… 푸르른 지난 날 속으로…

입력 : 2015-08-27 22:20:57 수정 : 2015-08-27 22: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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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뜨거운 여름’
‘뜨거운 여름’(사진)은 젊은 연극이다. 배우와 등장인물이 젊다. 청춘의 열정을 다룬다는 면에서도 젊다. 무난한 만듦새이지만, 덜 다듬어지고 느슨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 작품은 1990년대 향수를 자극한다. 30·40대 관객이라면 푸르른 지난날 속으로 빠져들 법하다. ‘가시나무’, ‘쇼’, ‘사랑과 우정 사이’,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등 90년대 인기곡들이 연이어 흐른다. 오락실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트2’ 게임에 열광한다. 학교에서는 엉덩이를 패는 폭력 교사에 ‘아이 마이 미 마인’을 달달 외우는 영어 시간이 전개된다. 지극히 90년대 식이다.

연극은 삶을 추동하는 꿈과 열정, 현실의 벽을 다룬다. 90년대를 사는 10대 소년 재희는 구박덩어리다. 공부에는 흥미없다. 가방에는 만화책이 잔뜩이다. 도무지 튀는 구석이 없는 재희의 가슴을 처음으로 뛰게 한 건 게임. 기고한 글이 게임 잡지에 실리면서 재희에게 처음으로 인생의 목표가 생긴다. 첫사랑 채경도 만난다. 그렇게 열정을 좇아 질주하는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10대의 성장기다. 작품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건 20대 재희의 삶이다. 10대 시절 꿈을 갖는 건 쉽다. 어려운 건 20대 후반, 직장과 결혼이란 현실에 부딪혔을 때 여전히 꿈과 열정을 말할 수 있느냐이다. “바다는 3%의 소금 때문에 썩지 않는다”는 재희의 대사는 관객에게 ‘내 3%의 소금’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와 무대, 연기는 무난하고 안정적이다. 1인 다역을 맡은 배우들은 휙휙 장면이 바뀔 때마다 서두르는 기색 없이 능숙하게 변신한다. 철봉·예수상 같은 소품을 연기하다가 바로 할머니와 대학생으로 분한다.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연극 ‘나와 할아버지’ 등을 연출한 민준호는 연극에 현대무용을 적극 활용한다.

다만 작품의 밀도를 높이고 촘촘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인생이 100m 육상처럼 일직선은 아니라 해도, 이 연극은 잔가지가 다소 많다.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 기여도가 적은 장면이나 몇몇 대사는 생략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 작품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지난해 10주년을 기념해 처음 선보였다. 11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한다. 4만원. 1544-1555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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