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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까지 뒤흔든 총성… 커지는 美 총기규제 목소리

입력 : 2015-08-27 19:48:54 수정 : 2015-08-28 00: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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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서 해고당한 살해범… 피해자가 인종차별 발언 주장
범행 후 ABC방송에 팩스 보내
“조승희·찰스턴 교회 사건서 영향”
오바마·힐러리 규제 입법 재촉구

기자 2명이 생방송 도중 총격을 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자고 나면 총기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미국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다.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총기를 난사해 버지니아주 지역 방송 WDBJ의 앨리슨 파커(24·여) 취재기자와 애덤 워드(27) 카메라 기자를 숨지게 한 범인은 한때 동료로 근무한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으로 드러났다 

총기를 난사해 기자 2명을 살해한 베스터 리 플래내건이 26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베드포드카운티 모네타에서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는 주 지역 방송 WDBJ 기자 앨리슨 파커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플래내건은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으며, 영상을 찍은 뒤 7발을 발사해 파커와 카메라 기자 애덤 워드가 목숨을 잃었다. 오른쪽 사진은 경찰들이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이다. 워드가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다.
모네타=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플래내건은 1970년대 백인 밀집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이스크 오클랜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흑인이다. 그는 이날 오전 6시45분 생방송으로 인터뷰하던 전직 동료 2명에게 총을 겨눴다. 카메라 기자가 떨어뜨린 카메라를 통해 7발 안팎의 총성이 울리는 과정이 생방송으로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플래내건은 난사 직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권총을 들고 기자 2명에게 접근해 권총을 겨누는 영상을 올려 네티즌들을 전율케 했다. 트위터를 통해 숨진 파커가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올렸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WDBJ에서 업무실적 부진과 동료와의 불화 때문에 입사 11개월 만인 2013년 2월 해고됐다.

플래내건은 사건 발생 2시간 뒤 ABC방송에 23쪽짜리 ‘범행 선언문’을 팩스로 보냈다. ABC방송에 따르면 범인은 ‘친구와 가족에게 보내는 자살노트’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냈다. 문건에는 백인 증오, 흑인교회에 총기를 난사한 백인 청년에 대한 분노, 과거 한인 대학생 조승희가 저지른 총기난사에서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 등이 담겨 있다.

플래내건이 몇 주 전 ABC방송에 전화를 걸어 팩스 번호를 물었다는 방송사 설명으로 볼 때 이번 범행은 오래전에 기획된 것으로 분석된다. 플래내건은 “32명을 살해한 증오범죄자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범) 조승희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날 범행에 사용한 권총도 조승희의 권총과 비슷한 ‘글록 19’였다고 ABC방송은 보도했다.

플래내건이 문건에서 ‘인종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증오범죄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는 개인적 불만도 가득 적혀 있었다. 자신이 흑인이며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직장과 사회에서 인종차별, 성희롱,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플래내건은 방송사에 보낸 팩스와 별도로 트위터를 통해 범행대상으로 삼은 기자 1명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추적에 나서자 범인은 오전 11시30분쯤 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달아나다가 차량 안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 뒤에 숨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런 총기 참사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며 총기규제 입법을 다시금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이 나라에서 총기 관련 사건으로 숨진 이들의 숫자가 테러로 숨진 사람 수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도 “이제는 총기 폭력을 멈추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총기규제 강화 입법화를 호소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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