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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건강解] 가을햇볕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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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7 21:34:40 수정 : 2015-08-27 21: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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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는 딸에 대한 편애 외에 가을 햇볕이 더 좋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옥처럼 흰 피부가 여성미의 주요 기준이던 옛날 봄볕에 얼굴이 더 많이 그을리는 것을 보고 나온 말이 아닐까 여겨진다. 과학소통(science communication)의 좋은 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혈액 내 비타민D 농도가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자를 제외하면 모든 연령층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비타민D 부족상태에 있다. 남자보다 여자의 비타민D 농도가 낮고, 특히 19∼29세 여성이 가장 낮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비타민D의 대부분이 피부가 햇볕에 노출돼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햇볕 노출 부족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지하공간이나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햇볕을 기피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사회풍조도 일조하고 있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둘다북스 대표
햇빛은 장단점이 있지만 알고 대처하면 실보다 큰 득을 볼 수 있다. 눈이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백내장 위험이 높아지고, 피부는 노화되고, 얼굴에 기미·주근깨도 늘어난다. 하지만 햇빛이 만든 비타민D는 몸속 칼슘을 잡아두어 뼈를 단단하게 만들고 잘 부러지지 않게 한다. 비타민D와 칼슘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단짝이다. 비타민D는 낙상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도 한다. 즉 우리 몸의 겉은 햇볕 노출로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속은 햇볕이 그야말로 백약이라 할 수 있다. 뼈에 주는 이익만큼은 아니지만 비타민D가 대장암과 유방암을 막아주고, 면역력을 높여 각종 감염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늘고 있다. 결핵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 결핵환자에게 햇볕을 쬐도록 한 것도 결핵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햇볕은 건강한 마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 중에 정신분열증이 있는 사람이 많고, 햇볕을 많이 쬔 사람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 농도가 높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살시도가 있었던 사람은 세로토닌 농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햇볕이 항암제와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비타민D 부족현상은 국가 전체적 측면에서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임기 여성의 비타민D 농도가 특히 낮은 현실은 약골 한국인을 예상케 한다. 임신부의 뼈가 튼튼하지 않은데 강골 아기가 나올 수 없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사회에서 낙상은 노인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복병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처럼 주요 건강 문제가 모두 햇볕과 관련이 있다. 비타민D는 음식으로 보충이 가능하지만 ‘새발의 피’ 수준이다. 대부분은 햇볕에 노출된 피부를 통해 우리 몸이 직접 만든다. 가을 햇볕은 봄 햇볕에 비해 유해자외선이 적어 매일 20분 내외로 쬘 필요가 있다. 얼굴은 가리더라도 팔다리는 직사광선에 과감히 노출해도 된다. 가을 햇볕 쬐기는 다가올 겨울을 건강하고 기분 좋게 지내기 위한 투자이다.

전상일 한국환경건강연구소장·둘다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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