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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톈안먼 성루에 서는 한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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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7 21:34:48 수정 : 2015-08-27 21: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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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인 발걸음 의미
시진핑판 합종연횡책
미·일 신밀월 대립구도 경계해야 주도권 가능
중국 고자세 지적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르기로 했다. 9월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키로 한 것이다. 그림은 아주 좋아지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운데에 서고 오른쪽에 박 대통령이, 왼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 것이다. 그 앞에는 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다. 박 대통령의 자리는 원래 북한 몫이었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 두어 차례 열병식에 참석, 행진하는 인민해방군을 굽어보며 손을 흔든 적이 있다. 이번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불참한다. 대신 참석하는 최룡해 당비서는 뒷줄에 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 심장부에서 한국 대통령이 전면에 서고 북한 대표는 뒷줄에 서는 것이다. 한·중관계가 북·중관계보다 긴밀하다는 상징으로 이만한 게 없다.

백영철 논설위원
톈안먼의 새로운 광경이 말해 주는 게 있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동북아의 신질서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다.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더욱 요란한 충돌음을 낼 소지도 커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일 전승절 참석을 발표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불참을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틀 뒤 26일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지도자는 지금까지 서너 달에 한 번꼴로 통화를 해왔으나 이번처럼 현안이 없는데도 40여분간 통화한 적은 없다고 한다. 결코 간단하게 볼 일이 아니다. 한·중 밀착에 대해 미·일 신밀월의 대립구도가 고착화돼선 안 된다. 우리의 의도가 아니다. 한국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도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반석 같은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외교를 시작하고 거기서 끝내야 한다.

중국 외교가 의구심을 부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하자 중국 언론에서 “시진핑판 합종연횡(合從連衡)이 가동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 리가 없다. 2500년 전 중국 전국시대 때 힘이 센 서쪽 진(秦)나라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6개 나라가 동맹을 맺은 게 합종책이다. 15년 동안 평화는 이어졌다. 그러나 진나라가 6개국을 개별 설득해 “섬기면 보호한다”고 외교협약을 맺는다. 이 연횡책으로 진은 통일국가에 오른다. 한·미, 미·일 삼각동맹은 중국에 대한 합종책이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은 연횡책을 쓸 것이다. 일본을 흔들거나 한국을 끌어들여 동맹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가는 것은 국익을 위한 실용적인 행보다. 그러나 그 뒤에서 시진핑 주석이 연횡책의 성공이라고 미소지을까봐 두려운 것이다.

중국 인민들은 박 대통령을 ‘퍄오다제(朴大姐)’라고 부르며 열광하고 있다. 큰누나라는 뜻으로 뜨거운 애정의 표시다. 하지만 냉철하게 이면도 봐야 한다. 중국의 관영언론 환구시보는 남북이 판문점 협상을 벌일 때 “중국이 압록강에 발을 적시면 한반도 당사자들은 다리 혹은 허리까지 물에 잠기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박 대통령이 동맹국인 미국을 고려, 열병식 참석을 두고 뜸을 들일 때 중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박 대통령의 참석을 발표해 버렸다. 이런 중국에게서 고압적인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외교는 이중성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시진핑 주석의 의도가 어떻든 정신 바짝 차리고 말려들지 않으면 된다. 한·중·일 정상회의 주재 등 외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발걸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중국의 힘에 이리저리 끌려다녀서는 외교도 아무것도 아니다. 중국의 외교적 무례에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나사 빠진 것처럼 대응했다. 중국의 열병식 참석 발표가 있고 난 뒤에도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계속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하루가 지난 26일 밤늦게 열병식 참석을 발표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정상외교의 일정을 밤에 발표하는지, 이게 주도적이고 당당한 외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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