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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 총선 필승’ 외치는 장관 앞세워 선거 치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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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7 21:35:18 수정 : 2015-08-27 2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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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새누리당 연찬회 만찬에서의 ‘총선 필승’ 건배사를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어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됐다. “총선을 외치면 참석자들은 필승을 외쳐 달라”는 정 장관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9조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 판단하겠지만 선거를 관리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여당 연찬회 만찬에 참석해 ‘총선 필승’을 외친 건 여러모로 본분을 망각한 비상식적 행동이다.

박근혜정부 집권 반환점을 도는 지난 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이 총출동했다. 노동개혁 등 임기 후반기 핵심과제 추진을 위한 당·정·청 협의도 중요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선거용’ 오해를 사지 않도록 처신을 조심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행자부 장관의 참석 자체가 적절치 않았다. 더욱이 연찬회에 내걸린 ‘4대 개혁 완수! 총선 필승!’ 플래카드에서 따온 듯한 정 장관의 건배사는 새누리당을 언급하지 않았어도 ‘필승’의 주체가 새누리당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덕담 수준”이라는 행자부나 새누리당의 해명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헌법학자인 정 장관이 이런 파문이 일어날 줄 몰랐다면 선거주무 장관으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저의가 의심스럽다. 경북 경주 출신인 정 장관은 내년 총선 경주 출마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별 특별교부세 배정 당시에는 경주에 평균 배정액보다 3.6배가 많은 약 100억원이 배정돼 고향 챙기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 했는데 정 장관이 잦은 구설에 오르는 이유가 뭔가. 정가의 소문처럼 여의도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공직을 사용(私用)하겠다는 심보다 다름없다.

정 장관을 감싸는 새누리당 행태도 해괴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탄핵 의결을 강행했다. 정 장관은 만찬장에서의 건배사라 해도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하고 물러나야 한다. 정 장관을 엄중 처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과 정부가 백번 공정선거를 약속한들 야당과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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