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 합동 검문소 총격사건으로 숨진 박모(21)상경은 이전에도 가족에게 박모(54)경위가 총으로 자꾸 장난친다는 식의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경의 아버지는 이야기를 흘려들은 게 미안하다며 눈물만 훔쳤다.
박 상경의 아버지 박모(56)씨는 지난 27일 한 매체에 “휴가 나온 아들에게서 박 경위가 총을 겨누며 장난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시는 ‘위험하게 총을 갖고 장난치느냐, 너는 항상 조심해라’고 일러두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너무나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후회하는 이유는 박 경위의 장난에 아들이 불안해한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씨에 따르면 사고현장에 있었던 의경들은 이전에도 박 경위가 두세 번 총으로 장난쳤고, 올여름에도 그런 적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박 경위는 휴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의경들에게 겨눴으며, 이 과정에서 실탄이 발사돼 박 상경의 왼쪽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다. 박 상경은 심폐소생술을 받고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뒤 숨졌다.
당시 박 경위는 검문소에서 간식 먹는 의경들을 본 뒤 “나를 빼놓고 빵을 먹느냐”며 총을 겨눈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장난에 다른 의경들은 자리를 떴으나, 박 상경은 피하지 않았고, 결국 발사된 총알에 목숨을 잃었다.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구속된 박 경위는 경찰 내부에서도 관리가 힘든 인물로 일명 ‘시한폭탄’이라 불렸다. 지난 1996년과 2009년, 각각 복무이탈과 품위손상행위 등으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으며, 2009년부터 1년간 우울증 투약 처방을 세 차례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불안신경증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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