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본회의에서 2014년도 결산안 및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인준안, 정치개혁특위 연장안 등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본회의 불발로 모두 허사가 됐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예결특위 간사는 본회의 개의를 위한 막판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28일 오전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본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8월 임시국회 마지막인 이날 본회의는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 설치를 둘러싼 여야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무산됐다. 연합뉴스 |
여야가 서로 네탓을 했으나 본회의 무산에는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정부가 사용처를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로 내년 총·대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돼 있다. 통상 다른 예산과는 달리 집행 때 영수증을 생략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사용처 보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눈먼돈’, ‘쌈짓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야당은 특히 특수활동비 중 상당 부분이 국가정보원에 편성된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특수활동비는 총 8810억원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4782억원이 국정원에 편성됐다. 새정치연합으로서는 2012년 대선 당시 댓글 사건으로 ‘정치 개입’ 논란에 휘말린 국정원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도 특수활동비를 이용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 그러나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특수활동비는 국정원이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쓴다는 게 드러나면 활동의 방향이나 동선이 모두 파악된다”고 반대했다.
새정치연합은 여당 반대가 심하자 갑작스레 해당 사안과 본회의를 연계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 한 원내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으로부터 ‘두 사안을 연계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 지난 27일 오후였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협상조건이 올라가면서 여당 대응이 엉클어졌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대책회의에서 “과거에 야당 정부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어느 정도 논의를 하는 정도였다”며 “이를 가지고 전체 국회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야 합의가 어그러지면서 향후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은 결산안 처리를 정기국회 시작 전까지 완료하라고 하고 있지만 이날 합의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힘들어졌다. 내년 총선 선거룰을 정하는 정개특위도 이달 말로 예정되었던 활동시한을 연장하지 못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구성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인준절차도 미뤄지게 됐다.
김용출·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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