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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의디지털세계] 에펠탑과 롯데월드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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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8 20:39:19 수정 : 2015-08-28 20: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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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시비 끊이지 않는 롯데월드타워 큰 손실
100여 년 전 에펠처럼 대중들의 신뢰 얻어 서울명물로 우뚝 서야
“롯데월드타워는 절대 안 갈 겁니다.”

주변인들과 대화 중 종종 듣는 얘기다. 주말에 집 근처 롯데월드타워에서 영화라도 봤다는 얘기를 할라치면 상대방으로부터 이 같은 반응을 접하곤 한다. 공사가 한창 진행돼 이미 서울 어느 곳에서든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이 치솟은 상태지만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이처럼 박하다.

사회 집단지성의 결합체라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나무위키에서도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우려가 많다. 위키백과(한국어판)에선 롯데월드타워의 주요 내용으로 메가 기둥, 피복 균열 논란, 시공법 관련, 석촌호수 수위 변화,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논란, 거푸집 낙하사고, 쇠파이프 낙하사고, 화재사고 등 총 7개 항목을 이슈 및 사고로 나눠 상세히 적고 있다. 나무위키에선 “제발 이 틀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예 롯데월드몰/사건사고를 별도 항목으로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박성준 디지털뉴스팀장
2016년 말 완공 시 세계 6위 고층 빌딩으로서 우리나라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밖에 없는 초고층건축물이 이처럼 시민들로부터 냉담한 평가를 받고 도시 불안의 상징처럼 된 것은 여러모로 아쉽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고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게 될 롯데월드타워는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는 게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국민으로부터 눈홀김 받고 있는 롯데월드타워는 프랑스 파리 에펠탑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매년 600만명 정도가 방문하며 세계인들을 매혹시키는 파리 낭만의 상징이 되었지만 건축 당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국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에펠탑 설립이 확정된 후인 1887년 2월14일 당시 파리에서 가장 유력한 일간지 ‘르 탕’(1861∼1942)에는 대문호 에밀 졸라, 작곡가 샤를 구노, 건축가 가르니에 등이 서명한 ‘에펠탑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의 탄원서’가 실렸다. 이들은 “저 쓸모없는 괴물딱지 같이 기괴한 에펠탑을 우리의 수도 바로 이 심장부에 건립하려는 시도에 저항하고자 모였다”며 “에펠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의심할 여지없이 파리의 치욕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성토했다.

에펠탑 건축 과정을 소상히 적은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 - 에펠탑, 126년의 시간을 따라 걷다(정대인 저)’에 따르면 에펠탑에 대한 반감은 일부 예술가에 국한되지 않았다. “대중적인 언론매체에서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에펠탑이 건설 도중에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악의적인 기사들을 쏟아냈고, 이에 동요된 시민들은 불안해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일부 엔지니어들은 에펠탑의 토대가 외부의 힘을 견디지 못해 탑이 뒤틀리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생을 건 대역사가 좌초될 위기에 처한 에펠의 대응은 정공법이었다. 그는 에펠탑 구조에 문제가 없음을 안간힘을 다해 설파했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모든 손해를 개인 비용으로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사 과정도 남달랐다. 최대 250명의 소수 정예로만 공사진을 구성해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 공사기간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이조차 한 인부가 여자친구에게 한밤중에 현장을 보여주려다 발생한 사고였다고 한다.

에펠탑의 반전처럼 대중의 호감을 얻기에 롯데월드타워는 악조건이다. 국가안보에 중요한 군 공항 활주로를 틀면서까지 롯데월드타워를 지어야 할 명분과 효용은 아직 자본의 욕망 말고는 찾기 힘들다. 2012년 10월 메가기둥 균열 현상 이후 숱한 사고와 구체적 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졌지만 롯데 측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대중과 소통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 인구 1000만명이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지금처럼 다수의 불신을 계속 받아서는 곤란하다. 100여년 전 에펠처럼 대중의 신뢰를 얻고 서울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기 위한 건축주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성준 디지털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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