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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열병식의 정치학… 국제관계 현실 고스란히

입력 : 2015-08-30 20:09:34 수정 : 2015-08-30 20: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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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승전 70주년 기념식…中 ‘군사굴기’ 발표회장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중국의 항일전쟁·제2차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월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릴 전승절의 열병식을 앞두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9일 ‘일본은 열병식에 누가 오는지에 마음을 졸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열병식을 보이콧하고도 모자라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일본을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열병식에 당초 계획대로 참석한다는 입장을 일본에 전달한 사실을 거론하며 “유엔 사무총장의 열병식 참석은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일본 측의 항의에 정당성이 없음을 집중 부각시키기도 했다. 유엔 창설 70돌에 열리는 열병식은 중국에는 각별하다. 중국은 미국, 영국, 소련과 함께 연합군 일원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2차대전 승전국이다. 1945년 9월 난징(南京)에서 일본으로부터 공식 항복문서를 받은 것은 공산당이 아닌 국민당이었다. 그러나 공산당이 권력을 쥔 현재의 중국은 2차대전 승전에서의 공산당 역할론과 중화민족 항전을 강조하면서 군사적으로 우뚝선 중국의 군사굴기를 세계 만방에 과시하려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열병식은 세계질서를 보여주는 거울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 진행 시간은 70분에 불과하다. 열병부대와 장비의 진입, 행진, 열병(군의 사기 등을 점검하는 의식)과 분열(부대가 행진하면서 예를 표하는 것) 등으로 구성돼 있다. 취루이(曲叡) 중국군 총참모부 작전부 부부장은 “이번 열병식에는 11개 국가가 군대를 파견하고 31개 국가가 참관단을 파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몽골, 파키스탄, 이집트, 쿠바 등 11개국은 자국 군인을 열병식 행진에 참가시킨다.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 등 6개국은 7명 내외의 군 대표단을 보낸다. 과거 국경절(10월1일) 열병식과 달리 2차대전 승리 70주년에 치러지는 이번 열병식에는 중국 육해공군과 제2포병, 무장경찰부대 등 1만2000여명이 참가하고 전투기, 폭격기 등 각종 군용기 200대가 동원될 예정이다. 외견상 통상적인 열병식과 다를 바 없지만 중국과 일본이 막바지 치열한 신경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열병식 참석자 명단에는 국제 관계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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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이 총 51개국 대표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 중 일본과 필리핀만 참석을 거부했다.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현실 탓에 열병식 등 기념행사에 현직 정부 대표를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유엔 출범을 숙의한 2차대전 승전국 미국, 영국, 소련, 중화민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조차도 국가 지도자가 참석하지 않는 열병식이다. 전승절 행사와 그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은 모두 중국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그러나 전승절 열병식 등 행사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 등 30개국 지도자와 정부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 등 정상급 외빈들은 각별한 대우를 받는다. 톈안먼 성루에 오르는 박 대통령이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1950년대에 최소 2차례 중국 지도부와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던 자리를 차지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과 최룡해 위치를 보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위치가 중국의 대남북한 관계를 모두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중국 지도부의 생각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러 신밀월 심화 속 중국의 군사굴기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확대에 맞서 신밀월 관계가 깊어지는 러시아와 중국 정상 간 회담도 푸틴 대통령 방중 기간(9월2∼3일) 중 열린다. 양국은 투자·교통·금융·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20여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수백조원 대로 추정되는 ‘서부노선’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부노선 가스공급 프로젝트가 타결되면 러시아는 서부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 서부 지역으로 대량의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중국이 열병식 참석에 공을 들인 박 대통령은 9월 2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정상이 불참한 일본과 북한을 제치고 동북아시아 외교 주도권을 쥘 시험을 맞이한다. 

열병식이 임박하면서 각국의 외교전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은 열병식 당일 군사굴기를 천명한다. 중국은 1984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전략미사일 부대를 처음으로 전 세계에 공개하는 등 열병식 때마다 새로운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이번에 동원되는 무기들도 공개된 적이 없는 신무기들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에서는 핵미사일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략미사일 부대인 제2포병은 원거리, 중거리, 근거리 미사일을 비롯해 핵미사일, 신형미사일의 위용을 과시하게 된다. 열병식에는 과거 최대였던 108기 이상의 미사일이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차세대 핵전략미사일로 꼽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DF) 31B’와 차세대 ICBM ‘둥펑 41’ 공개 여부가 관심사다. 둥펑 31B는 다탄두(MIRV) ICBM으로 사거리가 1만1200㎞에 달한다. 사거리 1만4000∼1만5000㎞의 둥펑 41은 명중 오차율이 120m 이하로 정교한 데다 핵탄두를 10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MIRV) 기능도 갖춰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를 무력화할 핵미사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로 알려진 ‘젠(殲) 20’과 ‘젠 31’ 등이 등장할지도 주목된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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