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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변액보험 약관 허점 악용한 불공정 거래 관행 만연

입력 : 2015-08-31 06:00:00 수정 : 2015-08-31 07: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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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계약자에 손실… 보험 불신 키워 주가가 전일보다 10% 올랐다. 해당 주식을 전일 종가로 살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주식투자는 ‘땅 짚고 헤엄치기’일 것이다. 놀랍게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 보험업계에서 벌어지는 ‘실제상황’이다.

30일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영국계 보험사인 PCA생명 감사 임원 A씨는 지난해 3월 변액보험 추가납입·중도인출 흐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불특정 다수 보험계약자의 손실을 야기하는 ‘불공정 거래 관행’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보험설계사들이 일부 고객과 결탁해 어제보다 주가가 오르면 보험료를 추가 납입한 뒤 자유롭게 중도인출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무위험차익거래를 하고 있었다.

딱히 불법은 아니다. 보험료 추가 납입 시 기준가격을 ‘전일 종가’로 하도록 한 약관의 허점을 이용한 것일 뿐이다. 어제 종가가 1만원이었는데 오늘 1만1000원으로 올랐다면 보험료를 추가납입해 1만원에 1만1000원짜리 계좌를 사는 식이다. 중도인출도 자유롭다 보니 치고 빠지는 투자가 빈발했다. “장기금융상품인 보험이 마치 주식투자처럼 ‘단타’치는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금감원 관계자는 말했다.

불법이 아니라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이 같은 일부의 손쉬운 투자는 약관에 둔감한 대다수 보험계약자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주가흐름에 따라 싸게 들어와 비싸게 파는 식의 ‘먹튀’가 반복되면서 일반 보험계약자들의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로섬 게임 같은 것이어서 이런 거래는 남의 이익을 가로채는 도둑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피해를 본 다수 계약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변액보험이란 보험료 중 저축보험료를 따로 분리한 뒤 유가증권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보험을 말한다. 투자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이 달라진다.

이런 부당거래가 처음인 것도 아니다. 2013년에도 PCA생명은 이 같은 변액보험의 무위험차익거래를 줄기차게 조장하다 적발돼 지난해 2월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 5000만원, 임직원 8명 감봉·견책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약관도 지난해 1월부터 기준가를 ‘전일 종가’가 아니라 ‘미래기준가’로, 즉 매수가격을 미리 알 수 없도록 바꿨다. 그런데도 부당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전일종가’ 기준의 변액보험이 2013년 말까지 엄청나게 팔린 데다 회사가 징계를 받고도 매출을 위해 관행을 방조하거나 모른 척하면서 구태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고객과 계약서까지 써가며 ‘나눠먹기’를 할 정도”라고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금감원은 “일부 문제가 된다”면서도 장고 중이다. 올해 초 PCA생명의 이 같은 문제를 조사해놓고도 반년이 지나도록 제재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추가납입 매매 기준가가 전일종가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넣다 뺐다 할 수 없도록 중도인출을 제한했으면 그런 식의 투자가 어려웠을 텐데 그게 좀 느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여부에 대해선 “회사가 성실한 관리자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볼 것”이라고만 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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