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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차등지급 무시하고 ‘'n분의 1'… 일은 못해도 돈은 똑같이

입력 : 2015-08-30 18:36:38 수정 : 2015-08-30 20: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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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상여금 조직적 재분배 공직사회의 경쟁력 강화와 무사안일 주의를 깨기 위해 16년 전에 도입된 공무원 성과상여금제가 일선 현장에서는 나눠먹기로 변질되고 있다.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공무원노조와 자치단체가 성과상여금의 차액을 돌려받은 후 똑같이 재분배하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까지 하고 있다. 상여금 나눠먹기가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버젓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현금으로 거래하는 등 갈수록 치밀해면서 부정수급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

◆16년간 조직적 재분배…적발건수는 ‘0’


공무원들은 매년 3월쯤 근무성적에 따라 S, A, B, C 등 4개 등급 가운데 하나의 성과금 성적표를 받는다. 이 등급에 따라 성과금을 받는다. 상위 20%인 S등급은 기준액 대비 172.5%, 20∼60%인 A등급은 125%, 60∼90%인 B등급은 85.1%의 성과금을 받는다. 하지만 하위 10%인 C등급은 성과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성과금의 최고와 최저 차이는 직급에 따라 수백만원에 달한다. 일반직 5급의 경우 기준액은 355만5800원으로 S등급은 577만9120원, B등급은 284만7680원을 받아 성과금의 차이는 293만1440원이다. 한 푼도 받지 못하는 C등급을 받을 경우 그 차이는 600만원에 이른다.

수백만원씩 차등 지급되는 성과금은 나눠먹기로 변질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성과금을 지급받은 후 다시 재분배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S와 A등급이 기준액보다 많은 만큼의 성과금을 내놓으면, B와 C등급이 이를 균등하게 나눠갖는 것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지난 4월 지급된 성과금을 이 같은 방법으로 나눠 갖기했다. S등급을 받은 경기도청 한 공무원의 급여통장에는 315만원의 성과금이 입금됐다. 그는 곧바로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부서 동료를 위해 성과금을 반납했다. 이 공무원은 “항상 S등급을 받지 않아 품앗이라고 생각하고 차액만큼 반납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해 11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성과금을 재분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기준액 대비 110%를 일괄지급하는 방식으로 성과금을 재분배했다. 근무실적이나 업무실적 등 성과와 관계없이 분배하는 것이다. 어차피 등급을 매겨 재분배로 나눠 먹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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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금 재분배는 자치단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원들도 성과금 반납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교원성과금 1인당 평균액은 301만원으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더라도 차이가 최대 240만원이 넘는다. 전교조는 지난 6월 개인 성과금 재분배 운동에 교사 7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성과금 재분배는 명백한 규정(지방공무원 수당 등) 위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행자부는 단 한 차례도 성과금의 부정수급을 적발하지 못했다. 성과금을 지급받은 개인이 공무원 노조에 기준액 차액만큼 반납하고 이를 다시 재분배하는 등 부정수급이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현금으로 거래해 적발이 쉽지 않다.

행정자치부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서면 조사를 벌였지만 부정수급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최근 행자부가 성과상여금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243개 기초자치단체 모두가 ‘정상지급’이라고 답했지만 이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서구지부 간부들이 성과금 나눠 먹기를 하지 말라는 구청장의 지시에 반발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서구 제공
◆공무원 노조가 컨트롤 타워…SS등급 신설은 탁상행정


공무원들은 성과금제 도입 당시부터 반대했다. 비슷한 일을 하는 공무원 조직에서 특별한 성과가 나올 수 없는데도 억지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등급을 매겼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오히려 성과금이 동료 간의 불화와 불신만 키웠다는 불만이 계속됐다.

공직사회의 불만은 성과금을 성과금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민간기업의 성과금은 성과를 냈을 때 급여 외에 주는 보너스를 말한다. 하지만 공무원의 성과금은 공무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급여의 일부를 떼어내 보너스 형식으로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는 총액인건비 항목에 성과금이 포함돼 있어 보너스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예를 들면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지급된 성과금 66억원(3.9%)이 총액인건비 1668억원에 포함돼 인건비의 일부이지 성과금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성과금의 재분배는 공무원노조가 주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노조 조합원인 자치단체 각 부서 서무들이 성과금의 등급 명단과 받아낼 금액을 서로 주고받고 전체적인 배분 규모를 맞추고 있다.

광주시 서구의 경우 매년 공무원 노조가 부서의 서무담당 대책회의를 갖고 부서별로 반납해야 할 금액과 다시 균등배분 받아야 할 금액을 계산한 계산서를 나눠주는 등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성과금 차액을 반납할 때 세금까지 공제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성과금의 재분배는 자치단체장의 암묵적인 동의 속에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1일 대전시청에 모인 17개 광역자치단체 성과금 실무자들은 단체장의 동의 없이는 재분배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한 실무자는 “자치단체의 핵심부서가 동원되지만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단체장이 그냥 눈감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자부는 내년에 최상위 SS등급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1∼2% 정도인 SS등급의 성과금은 S등급보다 50%나 더 받는다. 일반직 5급의 SS등급 성과금은 920만원에 이른다. 전국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공직사회는 경쟁보다는 부서 간 협조가 더 필요한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며 “때문에 도입 초기부터 반납투쟁 등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성과금을 법령으로 강화해 노조에서 제기한 위법논란을 잠재울 방침이다”며 “법령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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