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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가사키의밖에서일본을보다] 대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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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31 21:42:13 수정 : 2015-08-31 21: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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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풍자 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의 대표작 ‘구름’,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족들의 낭비로 인해 빚에 시달리던 한 농민이 아들에게 빚을 떼어먹는 비법을 가르치기 위해 소크라테스의 학교에 보낸다. 그는 아들이 웅변술을 익혀 법정에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되도록 변론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가 직접 이 학교를 찾아가보니 벼룩이 엉덩이로 노래하는지 입으로 노래하는지를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 땅만 바라보며 기하학을 연구하는 사람, 하늘만 쳐다보며 천체를 관찰하는 사람 등 괴상한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아들은 이 학교에서 배운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변론과 함께 자식이 아버지를 때려도 된다는 억지 논리를 펴며 아버지에게 폭행을 가한다. 결국 화가 난 이 아버지는 학교에 불을 지르고 만다.

2000년이 더 된 작품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이야기는 지금의 교육 실태를 잘 나타내고 있다. 교육개혁은 누가 보더라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전국의 국립대학에 인문사회학과를 줄이고 사회에 유용한 기술을 익히는 이과계열 학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자 양성을 주요 과제로 삼은 것이다. 컴퓨터 시대인 오늘날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이공과 계열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자 양성이 긴급한 과제이다. 그렇기에 과감히 대학을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이는 언뜻 보기에 현명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치 앞밖에 보지 못한 단편적인 정책이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지금의 속도라면 머지않은 시기에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생활이 더욱더 편리해지고 쾌적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만을 할 수도 없다.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은 AI가 인간에 맞서 인간파멸의 도구가 돼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조차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공격, 드론 출현 등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컴퓨터의 인간 지배 상황이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20세기의 과학만능주의는 물질문명의 비약적인 혜택을 가져온 동시에 전쟁으로 인한 대량 살육도 초래했다. 이러한 교훈을 보더라도 이공계 기술 개발을 대학의 중심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일본학술회의가 문부과학성의 지시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학술회의는 “인문사회과학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경시한다면 대학 교육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인문사회과학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의미에서 인간학을 확립하는 것이며, 인간의 주관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로봇의 차이, 인생의 의미와 목적, 개인과 국가, 세계와의 관계, 생과 사의 의미 등 윤리·도덕·종교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수많은 종교가 부분적 주관으로 다뤘던 문제를 종합적·실증적으로 해명할 종교개혁이 새로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종교 르네상스’야말로 진정 21세기 대학이 총력을 다해 임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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