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더 된 작품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이야기는 지금의 교육 실태를 잘 나타내고 있다. 교육개혁은 누가 보더라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일본의 문부과학성이 전국의 국립대학에 인문사회학과를 줄이고 사회에 유용한 기술을 익히는 이과계열 학과로 전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자 양성을 주요 과제로 삼은 것이다. 컴퓨터 시대인 오늘날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이공과 계열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기술자 양성이 긴급한 과제이다. 그렇기에 과감히 대학을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이는 언뜻 보기에 현명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치 앞밖에 보지 못한 단편적인 정책이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
이에 일본학술회의가 문부과학성의 지시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학술회의는 “인문사회과학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경시한다면 대학 교육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하지만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인문사회과학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의미에서 인간학을 확립하는 것이며, 인간의 주관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로봇의 차이, 인생의 의미와 목적, 개인과 국가, 세계와의 관계, 생과 사의 의미 등 윤리·도덕·종교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금까지의 수많은 종교가 부분적 주관으로 다뤘던 문제를 종합적·실증적으로 해명할 종교개혁이 새로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종교 르네상스’야말로 진정 21세기 대학이 총력을 다해 임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야가사키 선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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