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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난 책 나올때마다 짜릿… 행복한 책 읽기 선사하고 싶어”

입력 : 2015-09-02 00:53:02 수정 : 2015-09-01 16: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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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출판사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
“2000년 한여름의 열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지요. 21세기를 시작하는 시기에 아주 작고 소박한 출판사 ‘마음산책’을 시작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매일 되새기던 나날이었지요. 작고 소박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책 만드는 욕심은 크고 사나우리만큼 득실댔습니다. 사소한 데까지 디테일을 강조하며 책을 매만졌어요. 독자들이 ‘마음산책 책은 공들인 티가 난다’는 평가를 해주시면 정말 신이 났어요.”


편집자들 가운데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만큼 열정적이고 끈질긴 여성도 드물다. 단아하면서도 청량한 인상의 정 대표를 최근 서울 홍대입구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중앙언론사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칼럼리스트로 필력도 만만찮다. 책 만들랴 글쓰랴 바쁜 와중에도 작년 말까지 15년 동안 300종이 넘는 책을 냈다. 정성을 들이고 맛깔난 책이 나올 때마다 짜릿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시와 소설만큼 매력적이고 또 세상을 보는 작가의 눈과 문장력을 겹쳐 읽을 수 있는 장르가 산문이지요. 마음산책이 산문에 주력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정 대표가 낸 첫 책은 김영하 작가의 ‘굴비낚시’다. 영화 산문집이다. 마음산책이 편집 방향을 제시한 책이라고 정 대표는 소개했다. 문학과 영화, 문학과 예술을 접목하고 비주얼한 요소를 가미해 신생 출판사를 알리는 안성맞춤 책이라는 것이다. 이어 고종석의 ‘코드 훔치기’, 구효서의 ‘인생은 지나간다’, 최승호 시인의 ‘물렁물렁한 책’을 잇달아 냈다.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책 한 권 한 권이 독자를 만나 일으킨 반응을 접할 때마다 마음산책이 어떤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구나 하고 느끼면, 스며드는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지요. 책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는 모를 겁니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 박완서의 ‘세상에 예쁜 것’, 이해인 수녀의 ‘희망은 깨어 있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은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팔리는 책들이다. 책 제목만으로도 정성이 듬뿍 담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권혁웅 시인의 ‘꼬리 치는 당신 - 시인의 동물감성사전’, 박상미의 ‘뉴요커’, 김점선 작가의 ‘10cm 예술’ 등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한다.

지난 15년 동안 300종이 넘는 책을 낸 출판사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는 정성 들인 책이 나올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마음산책 제공
국내 여성 편집자들 중 책을 가장 잘 만든다는 평을 듣는 이유를 묻자 손사래를 쳤다. 정 대표는 저자의 전문성, 독특한 이야기, 문장력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고 했다. 특히 3권 정도 출간할 가능성이 보이면 계약서에 가능한한 명시하고 출간을 결정한다고 한다. 정 대표는 “3권 정도 낼 수 있다는 건 콘텐츠가 확실히 있다는 증거”라면서 “3권 정도 시간 차를 두고 출간하면 그 저자의 장점과 매력이 확실히 드러나고, 마음산책과 저자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힘이 출판 시장과 독자들 사이에 스며든다”고 말했다.

김용택 고종석 이해인 정이현 김점선 박영택 고규홍 김영하 이우일 김연수 작가 등은 마음산책에서 3권 이상 출간했다. 세 번째 책을 기획하거나 준비 중인 김소연 김중혁 박찬욱 임경선 조한웅 작가에게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문단의 빛나는 별 같은 작가들이다.

그간 낸 책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책 한 권을 꼽으라 했더니 “아주 고약한 질문”이라면서도,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들었다. 동서 냉전기에 체코 프라하에서 소녀 시절을 보낸 작가가 나이 들어 그때 그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 써 낸 다큐멘터리 인문서다. 일본 최고의 통역사이면서 작가인 그는 마음산책을 통해 16권의 책을 냈다.

정 대표가 낸 최고 베스트셀러는 김용택 시인의 ‘시가 내게로 왔다’이다. 2001년 1권으로 시작했지만 한시, 동시까지 묶어 5권을 시리즈로 출간했다. 70여만부가 팔렸다. 시를 어려워하는, 좋은 시를 읽고 싶지만 어떤 시집부터 읽을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가장 잘 엮인 시집이라고 했다. 중·고교 추천 도서에도 매번 선택되곤 한다.

사실 독서의 즐거움을 안다면 시간은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고 정 대표는 강조했다. “습관이 들면 어떻게든 틈틈이 독서하게 되니까요. 바빠도 밥은 먹어야 하잖아요. 마음의 양식도 마찬가지인 거예요.”

정 대표는 20∼30대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했다. “젊은 청춘! 생각만해도 그 싱그러움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가슴 아파요. 취직, 결혼, 연애를 포기한 세대라고 자조해서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면 굳이 ‘그럴듯한’ 삶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많은 문학작품과 인문서 안에서 본보기 인물들을 만나 트인 눈과 지혜로 세상을 본다면, 생의 질은 분명 달라질 겁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출판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묻어났다. “학교교육도 독서를 위하는 학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장르의 콘텐츠는 책을 통해 형성됩니다. 출판진흥 정책은 생산자인 저자, 제조자인 출판인, 독자를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특히 진정한 의미의 독서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마음산책은 이제 만 15살로 사춘기인 셈이에요. 깊이를 더하고 더 재밌고 의미 있는 책을 선사할 겁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책 한 권을 내밀면서 한 말이 기자의 폐부를 찔렀다. “휴가철 책 한 권이라도 끝까지 제대로 읽어 보셨어요?”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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