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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담배로 목소리 잃은 나, 흡연자께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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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2 15:23:00 수정 : 2015-09-02 14: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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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취득한 석사학위와 미국에서 딴 박사학위. 옆에는 일생을 함께할 아름다운 아내가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들은 만날 때마다 재롱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사교단체 회장직도 맡았다. 세상 하나 부러울 게 없어 보이지만 어느 날 인생이 달라졌다. 후두암 수술을 받고 난 후부터다.

브라질 파라나주에 사는 주앙은 14년 전 담배를 끊었다. 물론 그전에는 매일 두 갑 이상 피웠지만, 금연에 성공한 뒤 아무 탈 없을 거라 그는 믿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주앙은 최근 병원에서 후두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별 탈 없이 수술이 끝났지만, 그는 목소리 내는 것을 돕는 일명 ‘전자 후두(electronic larynx)’를 갖고 다닌다.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주앙에게 벌어졌다.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담배가 자신을 죽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앗아갔다.

주앙은 흡연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그는 브라질 보건 당국의 협조하에 현지의 한 영상업체 'OpusMúltipla OM'와 동영상 한편을 촬영했다. 도심의 한 신문가판대 주인으로 변장, 담배를 사러 오는 이들에게 ‘흡연의 무서움’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유튜브에서 공개된 영상은 정장을 입고 의자에 앉은 주앙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뒤편에 보이는 배경은 그를 기업의 중책으로 보이게끔 한다. 잠시 후, 바뀐 화면에서 그는 신문가판대 주인으로 등장했다.

주앙은 담배를 사러 온 금발 여성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얼마나 흡연하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의 질문에 여성은 구체적 기간 대지 않고 '어느 정도' 담배를 피웠다고만 답했다.


주앙은 여성이 ‘라이트(light)’가 들어가는 담배를 고르는 것을 보고, 금연을 시도해온 거라 추측했다. 실제로 이 여성은 지난 1년간 담배를 끊으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고 나중에 털어놨다.

주앙은 사회불안을 떨치려 담배를 피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항상 난 수줍었다”며 “담배는 내가 좀 더 사회성을 띠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적 흡연자들이 멋있게 보였다”며 “TV에서 본 사람 중 담배를 피우지 않은 이는 타잔이 유일했다”고 덧붙였다.

주앙은 담배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도 시달렸다. 그는 “담배 없이 보낸 주말을 기억한다”며 “한밤중 택시를 타고 아무 버스정류장이나 가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은 한밤중 담배를 파는 유일한 장소였다.


가게에 온 한 남성은 주앙에게 “목에 대고 있는 게 뭐냐”고 물었다. 이 남성은 ‘전자 후두’라는 답을 듣고는 겁먹은 표정이었다. 그는 밖에 나온 뒤 촬영자에게 “가게 주인 말에 덜컥 겁이 났다”고 실토했다. 이 남성은 담뱃갑을 손에 집었다가 주앙의 말에 도로 놓고 나왔다.

앞서 주앙과 대화를 나눈 금발 여성은 “우리가 이게(흡연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안다면 그런 고통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더 늦기 전에 담배를 끊을 생각이다”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주앙은 영상 말미에 흡연자들에게 다시 경고했다.

“지금처럼 내 인생에 힘든 때는 없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 어디에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OpusMúltipla OM 채널 영상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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