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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당랑거철(螳螂拒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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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2 21:05:54 수정 : 2015-09-02 17: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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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제 위치와 실력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상대가 되지 않는 사람이나 사물과 대적하면 자신만 고달파지고, 비웃음만 사게 된다. 허세(虛勢)는 자신을 망치는 길이다. 이른바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자기보다 월등하게 큰 존재에 대해 겁 없이 자신의 팔뚝을 휘두르며 맞서는 사마귀의 무모함은 여러 교훈을 준다.

중국 춘추시대에 제나라 장공(莊公)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나갔을 때이다. 갑자기 사마귀 한 마리가 두 팔을 올리고 장공이 탄 수레를 막아섰다. “저것은 무슨 벌레냐?” 호위무사가 대답했다. “사마귀입니다. 저놈은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서는 법을 모릅니다. 제 분수도 모르고 함부로 천적(天敵)에게 달려들어 곧잘 잡아먹히는 무모한 놈입니다.”

장공은 한갓 벌레이지만 용기가 가상하다며 피해 가라고 명했다. 사마귀는 목숨을 부지했으나, 장공도 사람이 사마귀와 같은 허세를 부렸다면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자’ 인간세편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당신은 사마귀를 알 테죠. 그는 자기 팔을 휘둘러 수레바퀴에 맞섭니다. 제 힘으로 감당할 수 없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당신 자신이 잘난 체해 상대방에게 거역하면 위험하게 됩니다.(汝不知夫螳螂乎 怒其臂以當車轍 不知其不勝任也… 績伐而美者以犯之 幾矣)”

오늘 중국 항일 승전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최근 일본 극우 인사들의 비판과 관련, 신화사 등 중국 언론은 ‘천하의 웃음거리(滑天下之大稽)’라고 비난했다. 전범국인 일본은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과 배상을 하고 영원히 같은 범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야 하는데도 국제 지도자들의 열병식에 왈가왈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렇다. 일본은 자숙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뉘라서 비하심(卑下心), 자신을 낮추어 말하기가 쉽겠는가! 하지만 일본은 보여줘야 한다. 엉뚱하게 세계 조류를 거스르는 언사를 늘어놓는 것은 당랑거철 같은 행태라는 비웃음만 살 뿐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螳螂拒轍 : ‘자기의 분수를 모른 채 시비를 걸고 대적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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