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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법·수법 고스란히…모방범죄 부추기는 인터넷

입력 : 2015-09-02 19:26:00 수정 : 2015-09-02 17:3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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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실서 부탄 가스 터뜨린 중학생 검거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A중학교의 한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폭발시켰다가 붙잡힌 이모(16)군이 재학 중인 서초구 B중학교에도 불을 지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이군에 대해 현주건조물 방화와 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A중학교의 빈 교실에 부탄가스 2통을 터뜨려 불을 지르고, 체육활동을 하러 밖으러 나간 해당 교실 학생들의 소지품을 뒤져 현금 7만3000원과 신용카드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군은 “(A중학교에서) B중학교로 옮긴 뒤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학생들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B중학교의 경비가 삼엄해 A중학교로 범행장소를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를 터뜨리고 도주한 중학교 3학년 이모(16)군이 1일 저녁 경찰에 붙잡혀 양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군은 범행 후 서초구 B중학교도 방화 타깃으로 삼고 한 마트에서 휘발유 500㎖를 훔쳐 생수통에 옮겨 담은 데 이어 폭죽 2통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경찰에)붙잡히지 않았다면 당일 밤이나 이튿날 오전에 (B중학교에) 범행을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이군은 지난 6월 방향제 스프레이와 휘발유를 이용해 B중학교 도서관 건물의 화장실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려다 한 교사의 제지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A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학생들에 대한 심리치료와 교과서 공급, 학교 피해 시설 복구 등을 위해 행·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종 포털과 동영상 전문 사이트 등에 유포된 불법 무기류 제조법이나 범죄 모의 동영상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의 동영상들이 청소년의 모방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사제폭탄, 화력 테스트해봤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동영상에는 ‘로켓 캔디’(황, 질산칼륨, 설탕 등을 섞어 만든 고체연료)의 상세한 제작법과 시연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작성자는 자막으로 ‘사제 폭발물에 쓰이는 화학물질은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해당 사이트에는 ‘3D프린터로 만든 권총’, ‘전기드릴을 이용한 살상용 무기’ 등의 다른 형태의 불법 무기에 관한 동영상도 올라와 있다.

부탄가스를 폭발시킨 이군은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자행한 한국계 미국인 조승희를 모방했다고 진술했는데 조승희 관련 영상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보수성향 커뮤니티에는 그를 인종차별에 맞선 ‘마틴루터 조’, ‘장군님’, ‘조승희 열사’ 등으로 부르며 칭송하는 댓글까지 눈에 띈다.

사고발생 후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XX중 테러`라는 제목의 범행 장면 동영상이 올라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무기류 제조·시연’과 관련한 불법정보에 대해 통신 심의를 거쳐 삭제나 접속 차단 등의 시정조치를 내린 건수는 지난해 107건에서 올해는 8월 말 현재 187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수히 쏟아지는 방대한 콘텐츠를 일일이 심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런 영상물이 청소년에게 폭력과 테러를 미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해한 영상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싶다’는 영웅심리를 자극해 범죄를 유도할 수 있다”며 정부 등 관련 기관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박세준·이재호·권구성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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