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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이러고 뒷감당할 수 있겠어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의 대사다. 조태오의 범죄를 밝히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를 향해 내뱉은 말이다. ‘범죄오락액션’을 표방한 영화답게 적나라한 범죄 장면과 코믹 연기, 화려한 액션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감상평이 압도적이다. 단순한 오락물 이상의 ‘사회적 코드’가 읽혀진다. 대리만족의 대상은 온갖 협박에도 ‘뒷감당’을 걱정하지 않고 ‘세상의 갑질’을 응징한 서 형사의 활약이다.

온라인상에는 “조태오가 도대체 누구냐”를 놓고 쑥덕공론이 벌어진다. “아주 오래전 사건부터 최근 사건까지 충분히 조사해서 모은 것”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조태오는 이런저런 에피소드의 합산물일 뿐이다. 관객들이 가상의 인물에 현실감을 느끼는 건 최근 재벌과 관련한 추문이 적잖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항공 오너 딸이 연루된 땅콩 회항사건이나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한 롯데그룹 형제의 후계다툼이 대표적이다. 베테랑은 비상식적인 재벌가 일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영화적 재미로 극대화시킨 셈이다.

여의도에서도 재벌 드라마 준비가 한창이다. 무대는 국정감사장, 주연은 국회의원, 조연은 재벌 총수나 대기업 임원. 해마다 상영되지만 이번에는 극적 긴장감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당, 야당 감독 모두 “재벌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다 출연진도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고 한다. 롯데가 ‘형제의 난’을 일으킨 신동주·신동빈 형제와 땅콩 회항의 조양호 회장, 딸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은 겹치기 출연 가능성마저 있다. 무대 뒤편에선 증인, 참고인 채택을 막으려는 기업 측의 로비 활동이 분주하다.

흥행은 잘 될까. 글쎄다. 기승전결이 뻔한 탓이다. 국감장 뒤편에 빽빽이 앉은 기업 인사들, 국회의원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호통을 친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채 5분이 안 되는 기업인들의 마무리 발언이다. ‘망신주기 국감’ ‘호통 국감’이라는 사전 비평이 나오는 이유다. 조태오를 법정에 세운 서 형사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일갈하던데, 국회의원들은 기업인들 세워놓고 ‘가오’만 잡으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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