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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평범한 듯 맛깔 난 음악… 잘 버무린 연출·무대 … 매콤달콤한 배우들의 열연…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비빔밥 같은 작품이다. 최고급 미식은 아니어도 어디서나 맛있는 비빔밥 같은 즐거움을 준다. 뮤지컬이라는 서구적 그릇에 한국적 소재를 잘 버무렸다. 화려하지 않지만 제 몫을 다하는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중극장 뮤지컬이다보니 눈이 휘둥그레지는 무대나 조명은 없다. 대신 무대와 조명, 연출의 조화가 좋다. 음악 역시 평범한 듯 맛깔 난다. 록, 발라드, 행진곡풍, 월드뮤직까지 다양한 장르의 매력을 잘 뽑아냈다. 독창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으나 각 장르의 대중적 속성을 최대치로 살렸다. 배우들의 열연은 매콤달콤한 양념장처럼 무대에 생기를 부여한다. 다만 미각을 자극하는 1막과 달리 평면적인 2막은 아쉬움을 남긴다.

배경은 경북 안동 이씨 종갓집이다.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이석봉·주봉 형제가 고향에 내려온다. 아버지와 3년이나 연을 끊은 불효자들이다. 형은 귀가 얇고 무능력한 데다 사업 한다며 집안 재산을 말아먹었다. 동생은 대학원까지 공부한 ‘먹물’이지만 시위에 앞장서다 전과자가 됐다. 형제는 상주 노릇은 뒷전이다. 9촌 고모, 10촌 형님처럼 까마득한 종가 어른들 앞에서 서로 떨떠름하게 등을 돌린다. 이런 형제에게 미모의 옆집 여자 오로라가 나타난다. 오로라는 아버지가 막대한 유산을 남겼다는 언질을 준다. 작품은 형제가 왜 3년이나 연을 끊었는지, 아버지의 유산이 과연 사실일지, 오로라는 누구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경북 안동 이씨 종가를 배경으로 세대 갈등과 부모의 깊은 사랑을 그린다.
PMC프러덕션 제공
이 작품은 2008년 3월 대학로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한 창작뮤지컬이다. 이후 2012년까지 국내에서 다섯 차례 재공연됐다. 2013년에는 일본 무대에도 진출했다. 극본·연출을 맡은 장유정은 초연 후 7년이 지난 이 작품을 재공연하며 시대에 뒤처진 면은 없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1막의 희극적 요소는 시간 흐름에 맞게 손보고, 2막의 정극 부분은 최대한 본질에 충실하게 연출했다.

1막은 안동 종가라는 유구한 배경과 달리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상을 당한 집안 풍경을 장엄하게 노래하고 댄스힙합으로 집안의 비밀을 전한다. 복고풍의 과장된 연출, 유치하고 촌스러운 동작 등으로 이뤄진 코미디 연기는 쿡쿡 웃음을 부른다.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한눈 팔 새가 없다.

2막은 분위기가 뒤바뀐다. 부모의 애틋한 사랑과 희생, 영원히 철없는 자식, 고향의 소중함을 착한 TV동화처럼 보여준다. TV동화는 누군가에게는 감동적이다. 그러나 일부에게는 평면적이고 틀에 박힌 인상을 줄 수 있다. 경험의 교집합이 없는 데다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끝없는 희생과 인내를 미덕으로 여기는 종가 며느리의 가치관은 먼 얘기처럼 와닿지 않는다. 이제는 두 세대쯤 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삶의 풍경에 공감하고 내 얘기처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주연과 앙상블 배우들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특히 앙상블 배우들은 갖가지 춤을 소화하며 작품에 활력과 온기, 웃음을 불어넣는다. 한옥 문살과 담장, 대문이 둘러쳐진 사실적이면서 세련된 무대도 정겹다. 형 이석봉에는 정준하, 윤희석, 최재웅, 동생 주봉 역에는 김동욱, 정욱진, 동현이 캐스팅됐다. 11월8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4만∼9만원. 1666-8662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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