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심벌즈 연주 같은 인생… 절정의 순간은 온다

입력 : 2015-09-03 20:56:05 수정 : 2015-09-03 16:34: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연극 ‘챙’
“인생이란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연주 같다. 박자를 세면서 기다려라. 반드시 챙하고 울릴 순간이 온다.”

연극 ‘챙’(사진)은 오케스트라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인생을 다룬다. 타악기 주자인 함석진은 교향악단에서 가장 뒷줄이다. 그는 공연 내내 가만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가끔 일어나 북이나 트라이앵글 같은 악기를 치는 게 전부다. 심벌즈가 울려퍼지는 일은 드물다. 악장처럼 박수 받으며 나오지도, 목관 주자처럼 솔로 파트로 이목을 끌지도 않는다. 문외한이 보면 ‘바이올린 연주자는 열심히 활을 긋는데 타악기 주자는 아무것도 안 하네’ 싶어질 수도 있다. 함석진의 설명은 다르다.

“기다리는 겁니다. 절정의 순간을요. 정확하게 박자를 세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연극 ‘챙’은 산울림 소극장이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올리는 작품이다. 지난해 임영웅 연출과 이강백 작가가 손잡고 올린 2인극을 올해 다시 모노드라마로 다듬었다. 함석진의 인생이 아내의 입을 통해 회상되는 형식이다. 함석진이 경비행기 사고로 실종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 배경이다. 오케스트라 동료 단원들 앞에서 함석진의 아내는 남편을 처음 만난 더벅머리 총각 시절부터 기억을 더듬는다. 배우 손봉숙이 아내 역할로 극을 이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1인극의 묘미가 돋보인다.

연극 ‘챙’은 심벌즈 연주를 인생과 사회에 빗댄다. 교향악단에서 가장 ‘시시해’ 보이는 심벌즈 연주자에게 빛나는 순간이 오듯 인생에도 누구에게나 절정의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저절로 오는 건 아니다. 함석진이 하루에 수백번 시끄러운 심벌즈를 연습했듯, 묵묵히 준비하고 박자를 세야 한다. 심벌즈 연주는 세상의 숱한 조연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한두 번 울리는 심벌즈가 빠지면 음악 전체가 무너지듯, 사회의 모든 존재가 소중함을 전한다. 음악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인생의 흐름에 대한 고찰로 나아간다. 침묵 속에서 절정을 기다리고 다시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심벌즈 연주처럼 모든 인생은 소리의 기억을 남기고 침묵으로 향한다. 20일까지 공연. 3만∼4만원. (02)334-5915

송은아 기자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