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위상을 대변한다… 자리배치의 정치학

입력 : 2015-09-03 21:48:12 수정 : 2015-09-03 21:38: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시진핑 옆에 푸틴·朴대통령… 러시아 버금가는 예우
中·러 정상과 나란히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각국 정상 등과 함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를 참관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후진타오·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부.
베이징=서상배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 내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예우를 받았다. 단체 기념사진 촬영, 열병식 참관, 오찬 리셉션 등에서 항상 시 주석 옆자리 또는 매우 가까운 자리에 배치됐다. 서열·의전을 중시하는 중국이 한국과 박 대통령의 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다섯 번 자리 바뀐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시 주석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전승절 기념식 핵심 행사인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참관했다. 시 주석 오른쪽으로 외빈 인사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순으로 앉았다. 앞서 기념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단체사진을 촬영할 때는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가운데 서고 박 대통령은 펑 여사 왼쪽에,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 오른쪽에 섰다. 이어 시 주석 안내로 성루로 이동할 때는 펑 여사가 빠지고 시 주석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 왼쪽에는 박 대통령이 섰다. 세 정상은 대오의 선두에서 환담하며 나란히 걸어 계단을 올랐다. 행사 후 시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에선 단체 사진촬영 때와 같이 푸틴 대통령, 시 주석과 펑 여사, 박 대통령이 나란히 앉았다. 박 대통령 우측엔 노로돔 시하모디 캄보디아 국왕이 자리했다. 오찬까지 포함하면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을 기준으로 위치가 다섯 번 바뀐 셈이다. 전날 시 주석 내외가 주최한 각국 정상 초청 만찬에서도 시 주석 오른쪽으로 푸틴 대통령, 박 대통령이 착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 참석에 앞서 각국 정상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세프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 드라간 초비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위원회 위원장,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키르기즈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 박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그의 아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세르비아 대통령 부부,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 노로돔 시아모니 캄보디아 국왕. 북한을 대표해 참석한 최룡해(원 안) 당비서는 두 번째 줄 왼쪽 끝에 서있다.
베이징=서상배 선임기자
◆자리배치에 담긴 정치·외교적 의미


초청국 정상의 자리는 외교 관례상 재임기간과 연령, 국가 위상 등을 감안해 주최국 정상 좌우로 배치된다. 박 대통령이 기념식 참석 의사를 밝혔을 때부터 푸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이 시 주석 옆자리에 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행사는 정상급 지도자 30명을 포함해 어느 때보다 많은 60여명 VIP들이 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때 자리배치는 국가 위상·대우를 상징하는 만큼 성루 위 ‘자리싸움’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항상 푸틴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 근거리에 있었다. 중국이 한국을 러시아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예우한 셈이다. 중국에선 행사 주관자의 왼쪽을 상석으로 친다. 그러나 국제 관례상으로는 행사 주관자 오른쪽을 더 윗자리로 여기고 있어 순서로 의전 서열을 단정하기에는 복잡한 측면이 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과 함께 가까운 거리에 앉힌 것은 그만큼 한국 위상을 고려한 것임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기존 중·러 밀월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서 한국을 좀더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정치·외교적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특히 행사 참관 시 박 대통령과 달리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가 오른쪽 끝편에 자리한 것은 달라진 한·중,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손님 중 한 분이라면서 특별히 잘 모시라는 중국 의전 실무팀에 수차례 하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측은 별도 영접팀을 구성할 정도로 박 대통령을 배려했고 시 주석 주최 오찬 리셉션 때에도 박 대통령만 전용 대기실이 마련됐다.

베이징=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