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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인생의 첫 번째 shot, 태아 위해 카메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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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4 13:35:22 수정 : 2015-09-04 14: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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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를 좋아하지만 딱히 지금 같은 일을 하리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조산(助產)술을 배우지 않았다면 현재의 자신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모습을 촬영해 부모에게 선물하는 네덜란드의 한 30대 여성 이야기다.

네덜란드 출신 메리 페르몬트(35)는 아기를 낳은 여성들 옆에서 수십차례 셔터를 눌러왔다. 2011년부터 카메라를 든 메리는 벨기에와 네덜란드 등지에서 산모를 대상으로 70건이 넘는 태아 사진을 찍었다.

메리가 태어난 아기의 사진을 찍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원래부터 사진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 다녔고, 사진 기술을 좀 더 특별한 곳에 써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았다.

딱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이후 네덜란드로 돌아온 메리는 조산술을 배우게 됐고, 태어난 아기들을 보면서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 순간을 사진에 담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진찍기와 조산술,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기에 이를 합한 일이라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을 안을 수 있다는 판단을 메리는 했다.

“조산사들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동그랗게 만 몸을 엄마에게 보여줘요. 부부는 뱃속에서 아기가 어떻게 있었는지 상상하기 어렵거든요. 비슷하게나마 자궁에서의 아기를 보여주는 거죠.”



메리의 사진을 보는 이들은 크게 감탄한다. 아기의 눈은 꼭 감겼고, 머리카락은 젖어있다.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순간이 메리의 사진에 녹아 있었다.

메리는 자기 일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제가 받는 가장 큰 보상은 아기의 인생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같이한다는 것”이라며 “사진을 본 부모들도 매우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리에게도 고충은 있다. 자신을 기다리는 산모가 줄을 이어 개인생활을 즐긴 지도 오래됐다.

메리는 “가장 어려운 건 언제 걸려올지 모를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이라며 “집에서도 멀리 떠날 수 없고, 심지어 술을 마시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항상 출산 순간을 담아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메리는 자신의 직업이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아무나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엄마가 된 메리는 출산 당시 직접 아기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는 “이번 사진은 내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라며 “엄마에게 갓 태어난 아기 사진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내 일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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