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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1원짜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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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9-04 20:33:43 수정 : 2015-09-05 01: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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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7.20㎜, 0.729g의 은백색 주화. 바로 1원짜리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화 중에서 가치가 가장 낮다. 앞면에는 활짝 핀 무궁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던지면 날아갈 듯 가볍다. 1966년 8월 세상에 나온 1원짜리 주화는 구리와 아연을 섞어 만들었다. 그래서 색깔도 10원짜리 옛 동전처럼 누렜다. 1968년 8월 재질이 알루미늄으로 바뀌면서 지금처럼 은백색 모습이 되었다.

물가가 오르면서 1원짜리 주화의 가치는 거의 사라졌다. 시중에서는 1원짜리를 고사하고 5원짜리 주화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길거리에 떨어진 10원짜리 동전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치는 세상이다. 그렇게 하찮아 보이지만 물가를 감안하면 1966년 8월의 1원짜리는 지금의 32원 가치가 있었다. 1원짜리 주화 1개를 만드는 데 254원이 들어간다는 추산도 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은행에 공과금을 내면 1원짜리 주화를 거슬러 줬다. 지금은 은행이 그 정도는 손해 보고 만다. 19원 받을 걸 10원만 받고, 11원 내줄 걸 20원을 내주는 식이다. 주화로서 기능을 못하다 보니 5원짜리와 함께 퇴출의 운명을 겪고 있다. 1원짜리 주화는 2004년 12월부터 민트세트(기념품용 묶음)용으로 만들 뿐 더 이상 발행하지 않고 있다.

1원은 이제 실제 돈의 가치를 떠나 상징적 의미로 쓰이는 사례가 많다. 기업의 CEO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강조하기 위해 ‘연봉 1원’, ‘스톡옵션 1원’을 선언하고는 한다. 건설 수주나 의약품 납품 등에서 시장 선점을 위해 공개경쟁 입찰에서 상징적인 금액으로 1원을 써내기도 한다. 6·25전쟁으로 끊긴 한강대교 복구공사가 1환(지금의 원)에 낙찰된 건 유명한 일이다.

그제 국방부의 수신용 휴대전화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LG유플러스가 1원을 써내 낙찰받았다. 병사 8∼10명이 생활하는 생활관마다 휴대전화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부대 일과후 시간에 아들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부모들 걱정이 한결 덜어지고 병사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북한 목함지뢰 도발에 따른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전역까지 미룬 병사들 이야기에 감명받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회사 측은 통신요금을 포함해 141억원의 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처럼 가치 있고 감동을 주는 1원짜리 낙찰이 또 있을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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