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는 개인 간의 경쟁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만들어 내는 경제체계이다. 경쟁이란 같은 일을 하는 여러 사람이 서로 이기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다. 우리는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생산자들은 보다 많은 소비자가 다른 생산자의 상품보다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도록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을 싸게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은 보다 좋은 상품을 보다 싸게 생산하는 기업이고, 이것이 경쟁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
우리 경제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쟁의 부재 때문이다. 한 기업이 대기업이 된 것은 분명히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시장경제는 경쟁이 지속돼야 앞으로도 효율적 자원배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장면에서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생겨난다.
대기업이 새로이 태어난 중소기업과 자본력이나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지 않고 경쟁하는 것을 막으려는 규제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은 많은 자본과 기존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새로운 시장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이 없이도 경쟁상대를 거꾸러뜨릴 수 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바로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기업의 불공정한 경쟁을 막는 규제를 완벽하게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단순히 자본만 많은지, 기술력도 우수한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무오류의 완벽한 규제일 수는 없고,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올바른 방향이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자본과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시장경쟁을 무력화시키는 것보다는 차선책으로의 규제하에서 보다 나은 자원배분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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