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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언덕, 사라지지 않게 할 것"

입력 : 2015-09-04 18:36:55 수정 : 2015-09-05 1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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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반대 앞장’ 소설가 김영하씨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이런 위험하고 끔찍하고 무도한 개발 현장 앞이었다. 서울시, 서대문구청, 국민권익위원회에 아무리 민원을 해봐도 끄떡없더라.”

이상 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김영하(사진)씨가 4일 오전 펜을 놓고 집 앞마당으로 나왔다. 김씨는 올해 연희동에 집필실을 마련해 이사를 왔는데 마침 이 땅과 궁동산 개발업체의 대지가 맞닿은 부분에 마을 원두막과 담장이 있었다. 업체는 김씨가 개나리언덕살리기주민대책협의회와 함께 공사 반대 현수막을 걸고 공사 반대 운동을 벌이자 법원의 허가도 없이 포클레인으로 원두막과 김씨의 집 담장을 훼손했다. 측량 결과 지적도상 양측의 대지에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업체 측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주장이다.

70년 넘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됐던 궁동산 개나리언덕이 최근 고급빌라 개발행위로 인해 상당히 훼손된 모습이다.
이재문 기자
김씨는 “난개발 현장을 마주하고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다른 세상에서 고고하게 살아왔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막막함과 억울함 속에서 ‘합법을 가장한 폭력’을 겪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집 마당에 책상을 펴고 하루 종일 앉아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아름다운 언덕 하나가 이렇게 망가지는 현장을 알리고 싶다. 낭떠러지에 가까운 절개지 아래로 아이들이 오가는 학교와 사람이 사는 마을이 있다. 비만 오면 엄청난 토사가 유출되는데 과연 이게 안전한가” 하고 되물었다.

그는 연희동으로 집필실을 옮긴 후 소설 원고 대신 구청 등에 수십건의 민원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관공서는 적법한 허가이니 관여할 수 없다는 공허한 대답만 되풀이한다”며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조만간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과 마을 정자를 무단으로 파괴하고 인접 토지를 무단으로 훼손해 건축물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등을 묶어 공사중지 가처분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저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아니기에 어떤 문제도 해결해 드릴 수 없지만 대신 들어드릴 수는 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서연중 뒤 집필실로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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