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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못지키는 '비밀전학'… 피해아동 두 번 운다

입력 : 2015-09-30 19:37:55 수정 : 2015-10-01 17: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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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동은 주소지 외 취학 허용… 취학업무 관계자 외엔 공개 제한
2014년 5∼7월 233명이나 학교 옮겨… 담당자 교체·제도 이해 부족으로 학생정보 노출 빈번… 보완 시급
중학교 2학년 김모군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아 지난 학기에만 학교를 두 번 더 옮겨야만 했다. 지난 5월, 김군의 어머니 이모씨는 남편의 잦은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 몰래 아들만 데리고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에 입소했다. 이때 김군은 주민등록 주소지를 옮기지 않아도 전학이 가능한 ‘비밀전학’ 제도를 이용해 학교를 옮겼다. 그러나 그 비밀은 ‘알려져선 안 될 사람’에게 너무나 쉽게 전달됐다. 이씨가 교육급여를 신청하자 교육행정정보시스템상에 등록된 남편의 연락처로 학교를 포함한 김군 관련 정보가 몽땅 보내진 것이다.

남편이 김군의 학교로 찾아오자 이씨와 아들은 다른 지역의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와 학교로 피해갈 수밖에 없었다.

믿었던 비밀전학은 또 한 번 쉽게 모자를 남편에게 내줬다. 이번에는 남편이 김군 주소지 내 주민센터에 방과후 학교 지원비 신청 관련 문의를 했고, 센터 내 담당 직원이 김군이 전학간 학교를 알려준 것이다. 이 모자는 얼마 안 돼 또 쉼터와 학교를 옮겼다.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원치 않는 잦은 전학으로 모자가 모두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폭력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 비밀전학 제도를 이용한 피해 아동 등이 관할 기관의 무지나 편견 탓에 소재지가 노출되면서 고통을 겪고 있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5∼7월 비밀전학 제도를 통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233명이 학교를 옮겼다. 한 달에 70건 이상 비밀전학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동반한 아동이 주소지 외 지역에 취학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내용은 취학업무 관계자가 아닌 자에게 공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담당자의 잦은 교체와 관련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비밀전학의 본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 쉼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학교 교사가 가해 남편의 전화 문의에 아무 생각없이 자녀가 전학한 학교를 알려주거나, 학교 측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통지문을 발송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공동대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나 지원청을 찾아가 항의도 하고 비밀전학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피해아동 지원 요청을 100% 수용해 처리하고 있으며 교육부 차원에서 아동 정보가 노출되는 문제와 관련해 민원을 접수한 적은 없다”면서 “올해 초 피해아동 지원 관련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관련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김경희 정책연구팀장은 “최근까지 지역 기관 상담자들이 비밀전학 관련 피해 사례를 취합해 건의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실적 통계만 취합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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