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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당신 아들을 살리지 못해 미안합니다…어느 대학생의 편지

입력 : 2015-10-03 14:00:00 수정 : 2015-10-03 14: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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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학생을 심폐소생술 실패로 살리지 못한 대학생이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편지를 게재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university of central florida)에 재학 중인 오로즈코 발레스타스(21)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복도에서 수업을 기다리던 중 건너편에 우르르 지나가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발레스타스는 “자동제세동기 어디 있어!”라는 학생들의 외침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자동제세동기를 찾는다는 것은 누군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발레스타스는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로부터 생명 유지장치 사용, 전문심폐소생술 인증을 받았다.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발레스타스는 자신 있게 학생들 틈을 비집고 쓰러진 이에게 다가갔다.

의식을 잃은 이는 같은 학교 신입생 마이클 나메이(18)였다.

발레스타스는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깍지 낀 손으로 마이클의 가슴을 강하게 압박하고,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동안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맺혔다.

발레스타스의 노력에도 마이클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조급해진 그는 속으로 ‘이봐! 얼른 깨어나!’라고 소리쳤다.

마이클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하루 만에 숨지고 말았다. 발레스타스는 병원에 갔던 다른 학생들을 통해 마이클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충격이 컸다. 심폐소생술에 자신 있던 발레스타스는 쓰러진 학생조차 살리지 못했다는 데 죄책감을 느꼈다. 마이클의 죽음은 가족 중 누군가 세상을 떠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발레스타스는 하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마이클의 죽음을 애통해 했다. 마이클을 살리지 못한 데 따른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미안합니다. 당신을 살리지 못해서, 당신의 인생을 그렇게 끝나게 해버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난 당신을 살릴 기회를 잡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심폐소생술 당시의 얼굴이 평생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이클(아마 당신의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당신이 지금 어디에 있든지 부디 저를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발레스타스는 마이클의 부모에게도 사과했다.

“당신들을 보지 못했지만, 저는 아들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아들 잃은 슬픔을 어디에 비교하겠습니까. 제 사과가 당신들의 고통을 줄이는데 도움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들을 살리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발레스타스는 게시물 끝에 “마이클, 평화 속에 잠들기를 바랍니다”라며 “학생들과 교수들은 항상 당신을 그리워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3시간여 뒤, 마이클의 가족이 발레스타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메시지를 남겼다. 글을 올린 사람은 마이클의 형 조셉이다.

조셉은 “마이클은 안타깝게도 혈압이 떨어져 하루 만에 죽었습니다”라며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장례식 일정이 잡히지 않았습니다”라며 “당신(발레스타스)의 진심 어린 생각과 기도가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클의 장례식은 같은달 26일에 치러졌다.

학교 관계자는 “죽은 마이클과 그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뜻하지 않게 가족을 잃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클을 돕기 위해 땀 흘린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레스타스는 미국 심장협회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하자고 건의할 생각이다. 그는 “'자격증'은 단순한 '자격'이 아니다”라며 “누군가 심폐소생술로 쓰러진 사람을 적시에 살릴 수 있다면 마이클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ABC 뉴스·Ballestas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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