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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물세트 강매… 명절이 괴로운 직원들

입력 : 2015-10-02 18:49:07 수정 : 2015-10-02 22: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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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자사 비타민제 등 떠넘겨
부서할당량 정해 목표달성 압박
사측 “판매 장려책 일 뿐” 해명
중견 제약업체인 일양약품이 명절 때마다 직원들에게 자사의 선물세트를 강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일양약품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매년 설과 추석 때마다 “거래처에 제품을 판매하라”는 명목으로 자사의 비타민제 등이 담긴 명절 선물세트를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이를 위해 명절을 앞두고 부서별 할당량을 정한 뒤 개인 메일과 부서 관리자를 통해 공지했다. 이어 주기적으로 할당량에 대한 판매 도달치를 공개하며 목표 달성을 압박했다.

회사 측이 제시한 직급별 목표 금액은 ▲말단 사원 30만원 ▲계장급 40만원 ▲대리급 50만원 ▲과장급 60만원 ▲차장급 70만원 ▲부장급 80만원 ▲임원급 90만원으로 책정됐다. 월 급여로 120만원을 받는 새내기 사원도 말단 사원과 마찬가지로 해당 급여의 25%나 되는 30만원을 선물세트 구매에 써야 했다.

한 직원은 “제품 판매량이 회사 수익과 직결되다 보니 영업에 관한 군기가 센 편”이라며 “회사를 계속 다닐 생각이라면 자기 돈을 내서라도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은 “형편이 어려운 직원에게는 30만원도 매우 큰 돈”이라며 “별도의 ‘떡값’도 없기 때문에 명절마다 오히려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런데도 직원 대부분은 할당량 판매 정도가 인사고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불만을 표출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판매 장려책일 뿐 제품 강매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측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명절 때 자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장려하듯이 우리 회사 제품을 좋은 가격에 (직원들한테) 제공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판매를 많이 하면 회사에도 좋고, 특히 (직원) 개인도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어 좋은 일”이라고 해명했다. 직원들의 판매 마일리지에 따라 성과보수도 지급하고 있어 ‘1석2조’가 아니냐는 주장이다. 자사 제품 구매 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최근 한 식품업체에서도 명절 때 자사 제품을 강매했다는 주장에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A사는 설과 추석 명절 때 건강식품, 생활용품 등으로 구성된 10만원 이상의 명절 선물세트를 직원들에게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A사 관계자는 “명절이 되면 선물세트를 판매하도록 공지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고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며 “판매한 사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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